최신뉴스

베트남의 한류(2) 박항서 감독이 쏘아올린 작은 공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해도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큰 주목을 하지 않았다. 전임 미우라 토시야 감독의 실패로 외국인 감독, 특히 아시아 출신 지도자 회의론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실제로 거의 해마다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바뀌고 있던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 선임은 베트남축구협회의 빠듯한 예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베트남 내에서도 유럽 지도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몸값이 문제였다. 그만큼 박항서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약 1년반이 흐른 현재, 박항서 감독은 일약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일각에서는 재계약은 물론, 종신감독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2018 AFC U-23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등 일찍이 베트남 축구가 1년여 사이에 이런 여러 업적을 이룬적은 없었다. 좋은 결과가 한두번이 아니다보니, 베트남 축구팬들도 이쯤되면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제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전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됐다. BTS(방탄소년단)가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면, 박 감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많은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박항서 감독을 거론할 정도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짜 식사를 대접받고, 공짜 사은품을 받는다. 필자 역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베트남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야말로 박항서 감독이 곧 한류, 그 자체가 돼 버렸다.

박항서 매직 효과, 축구 한류 열풍

그러나 박항서 감독이 이런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박 감독으로 인해 베트남의 스포츠 한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베트남 축구계의 한류 열풍이 거세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박항서 감독과 함께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감독은 지난 12월,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소속의 호치민시티FC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정 감독은 지난 시즌 호앙안지아라이(Hoàng Anh Gia Lai) 구단 총감독을 역임했으나 구단과 합의해 계약을 해지한바 있다. 그러나 호치민시티FC는 야인이 된 정 감독과 곧바로 접촉해 계약했다.  이흥실 전 안산 그리너스 감독도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소속 비엣텔FC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정 감독의 호치민FC와 비엣텔FC 모두 주요 코칭스태프까지 한국 지도자들로 채웠다.
정해성 감독이 떠난 호앙안지아라이는 그 빈자리를 역시 한국 지도자로 대체했다. 캄보디아 축구대표팀을 약 6년간 이끌고, 지난 해까지 캄보디아 유소년 육성위원장을 역임한 이태훈 감독은 최근 호앙안지아라이 기술위원장 및 컨설턴트로 선임됐다.

K리그 콘텐츠 관심 집중

축구 지도자 수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프로축구리그 K리그가 베트남 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주공격수 응웬꽁프엉이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FC로 임대된 것이 계기였다. 과거 박지성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트에 입단하면서 한국내에서 EPL 인기가 급증한 것과 흡사하다. 

지난 3월 1일 K리그 개막 후 인천유나이티드 홈페이지와 허가받지 않은 K리그 온라인 중계 사이트에 베트남 팬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축구 관련 팬페이지에는 K리그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중계를 볼 수 있는 공식 루트가 없다보니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베트남 팬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K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인천유나이티드 경기에 대한 스트리밍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서버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결국 폭발적 수요에 K리그는 베트남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 축구팬인 응웬반녓씨는 “과거에는 주로 유럽축구를 봤지만 꽁프엉이 뛰고 있고, 박항서 감독이 있었던 K리그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실제로 축구 수준도 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류 스포츠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해 볼만한 분위기다.

베트남에서 스포츠 한류는 박항서 감독 효과로 축구가 포문을 열었지만 여타 스포츠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 앞서, 이명식 베트남 공안부 태권도사범 등이 베트남에서 태권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사격의 박충건 감독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호앙쑤언빈을 지도해 유명세를 탔다. 이밖에 ‘4전5기 챔피언’으로 유명한 홍수환씨는 지난 해 태광 복싱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베트남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강타자 이승엽도 지난 1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열었다. 이승엽 야구장학재단의 이영석 사무국장은 “베트남 야구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구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