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첫 삽 뜬 베트남 최대 국제공항
2015년 베트남 국회는 떤선녓 국제공항을 대체할 롱탄 국제공항 프로젝트 투자안을 공식 인가했다. 이어 약 5년 반 동안의 부지 정리(주거지 이전, 토지 보상, 위험물 검사 작업 등)·설계 작업·건설을 위한 사전조사 후, 2021년 1월 5일 현지 최대 국제공항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1997년 판반카이(Phan Văn Khải) 전 총리가 롱탄 국제공항 개발 계획을 승인하고 24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롱탄 국제공항(이하 롱탄공항)은 현지 공항 건설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롱탄공항 건설은 베트남 사회-경제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메트로 건설과 더불어 현지 정부가 주도면밀히 관리·감독하는 교통 인프라 사업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총 3단계에 걸쳐 2040년까지 완공될 계획으로, 모든 공사가 끝나고 공항이 정상 가동되면 연간 1억 명의 유동인구와 500만 톤 화물을 수용할 수 있다.
현재 작업에 착수한 1단계 준공 일정은 2025년 12월까지다. 프로젝트 총 개발 면적은 롱탄현의 6개 지역에 걸쳐 약 5580ha를 아우를 예정이다. 현시점은 2668ha 토지에 대한 개발 권리가 인도됐다. 이 가운데 1810ha는 공항 건물이 차지하며 136ha는 주변 교통 기반시설을 위해 개발될 예정이다. 길이 4000m에 이르는 1개 활주로와 승객 터미널 건물, 택시 승강장 등이 1단계에 준공되면 2025년부터 연간 2500만 명의 유동 인원과 120만 톤의 물동량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롱탄 국제공항 프로젝트 1단계는 베트남 공항공사(ACV, Airports Corporation of Vietnam)의 총괄 아래 한국, 베트남,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기업들이 협력해 기반을 다졌다.
롱탄공항 프로젝트의 총 투자금액은 336조6300억 동(약 144억7000만 달러)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공사에 필요한 추산 금액은 109조1117억 동(약 46억6400만 달러)으로, 이 중 99조 동(약 43억 달러)은 베트남 공항공사가 투자하기로 확정됐다.
베트남 입국, 5년 후에는 호치민시보다 ‘동나이’
롱탄 국제공항은 호치민시 인근 동나이성에 소재한다. 호치민시에서 벗어나 동나이에 새 공항 부지가 선택된 주요 원인은 동나이가 물류(육로·해상), 군사, 관광 이동 거점 등의 지리적 이점을 공통적으로 충족하기 때문이다.
동나이성은 호치민시에서 북동쪽으로 35~40km 떨어져 있다. (‘롱탄’은 동나이성에 속한 현(縣)) 현재 도로 사정을 고려했을 때, 호치민시 중심지 1군에서 롱탄 국제공항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최대 2시간) 소요된다. 동나이성은 호치민시와 맞닿아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용이하고 항구와 거리가 가까워 예전부터 우리 제조·가공 기업들과 주요 외국 공단들이 포진한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동 지역은 공업 외에도, 호치민시와 비슷한 열대기후 및 강가 관개 용이성을 양분 삼아 농업(자몽, 잭프루트, 람부탄, 두리안 등 열대과일)과 축산업(우유, 양돈 등)이 발달했다. 참고로, 동나이성의 면적은 5,862.37㎢로 호치민시 대비 2.8배 넓고 인구는 309만7107명(호치민시는 900만 명 육박)에 달한다.(자료: 베트남 통계총국, 남부투자진흥센터(IPCS))
호치민시 떤선녓 국제공항은 2030년까지 국제선과 국내선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방문 인원 및 물동량 포화 문제가 우려된 탓에 떤선녓 공항의 확장·이전은 국가 숙원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떤선녓 공항은 2030년까지 제3터미널을 추가 건설할 예정으로, 현지 관계당국은 新터미널이 증축되면 떤섯녓 공항에 연간 5000만 명의 유동 인구가 수용 가능토록 목표하고 있다. 한편, 롱탄 국제공항은 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도 일부 포함할 예정이다.
베트남 공항공사에 따르면 2017년 떤선녓 공항은 연간 3600만 명(국제 여행객은 2230만 명)의 유동 인원을 수용했는데 이는 해당 공항이 원래 수용 가능한 인원보다 1.3배를 상회한 것이다. (한 현지 언론은 2019년 떤선녓 공항의 연간 유동 인원이 4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떤선녓 공항은 과거 사이공 시절부터 존재하던 시설로, 현재 호치민시의 도로 사정에 적합하지 않다. 떤선녓 공항에서 호치민시 중심부 1군까지는 6~7km에 불과하고 공항 시설이 주택 밀집지에 붙어있어, 그 부근은 현지에서 익숙한 교통체증 유발 지역이다.
롱탄 국제공항은 지역 경제 활성, 물류산업 등을 자극해 베트남 연간 GDP의 3~5%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주변 도로 구축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예로, 올 1월 동나이성 인민위원회와 교통국을 포함한 관계당국은 51번 국도(Quốc lộ 51), 져우져이(Dầu Giây) 고속도로, 떤푸(Tân Phú) 고속도로 등 신공항 인근 도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이 도로 구축 프로젝트들은 동나이성 내 주요 공단들의 항공 물류 접근성을 제고하고 동나이성과 가까운 바리아-붕따우성(Bà Rịa - Vũng Tàu)과 빈투언성(Bình Thuận), 럼동성(Lâm Đồng)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빈투언성에는 한국인 관광객 비율이 높은 무이네 관광지구(Mũi Né)와 판티엣시(Phan Thiết City), 럼동성에는 달랏시(Đà Lạt City)가 있다.
2021년은 베트남에서 국가 중요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대형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실제 움직임을 보인 태동의 해이다. 대표적으로 올 1월부터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롱탄 국제공항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 24년만에 개시된 한편, 하노이 메트로(지하철)가 베트남 최초 개통을 앞두고 특정 구간의 시운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부 고속도로(국가 중요 프로젝트)의 중간중간을 잇는 도로 사업이 민관합작투자(PPP)로 탄력을 받았고 호치민시에서는 사이공강을 따라 항구 전면 재배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외 전국 고속도로·국도 CCTV 설치, 전기버스 시범운행 계획 수립 등 베트남은 팬데믹으로 대내외 시장 흐름이 둔화된 이 때 멈추지 않고 5~20년 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발판을 마련 중이다.
[윤보나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
롱탄 국제공항 프로젝트는 베트남의 지난 성장과 향후 발전을 시사 하는 이정표이다. 베트남에서 북부를 대표하는 수도 하노이는 정치 행정도시로, 남부 호치민시는 ‘경제도시’로 묘사되곤 한다. 이 경제도시 인근에 기존보다 3~4배 큰 국제 관문을 신설하는 것은 그만큼 베트남이 세계와 맞닿는 면적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호치민시에 과밀한 물류 네트워크가 넓혀지므로, 현재 호치민시에 포진한 1~3차 물류 기업들이 동나이성과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동나이성 및 바리아-붕따우성에 소재한 공단들의 경쟁력 또한 더욱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빈투언성과 바리아-붕따우성 등 공항과 가까운 현지 관광지에 접근성이 높아져 외국 방문객들의 여행경로 변화와 관련 관광상품 개발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호재가 있다. 다만, 롱탄 국제공항 프로젝트는 2단계 이후 투자자 선정, 시공 세부세항, 기타 지엽적 계획은 차근히 다듬는 과정에 있고 팬데믹 정세 변화 탓에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