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두고 삶의 속도가 잠시 느려지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기, 베트남과 일본의 녹색 개발 협력 이야기가 꾸준하고 지속적인 흐름으로 떠올랐다. 이는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 신뢰와 자율성 존중,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공동의 열망으로 다져진 장기적 파트너십이었다.
일본의 지원으로 건설된 일본-베트남 협력의 상징, Nhat Tan 대교. 사진: DUY LINH
‘지원’에서 ‘개발 파트너십’으로
외교 관계 수립 이후 반세기, 그리고 33년간의 공적개발원조(ODA) 협력 기간 동안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개발 파트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주목할 점은 지원의 규모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발전 단계에 맞춰 진화해온 협력 철학이다.
초기에는 기본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대응, 혁신, 제도 개선, 인적자원 개발 등 장기적 핵심 분야로 협력의 범위가 확대됐다. 이는 베트남의 자주성을 존중하는 ‘지원’에서 ‘개발 파트너십’으로의 협력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고바야시 요스케 JICA 베트남 사무소장
고바야시 요스케 JICA 베트남 사무소장에 따르면, 이시카와 프로젝트(1995~2021)는 신뢰에 기반한 협력의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학술 교류와 정책 대화를 통해 베트남의 5개년 사회경제개발계획 수립을 동행했다. 중요한 점은 일방적 자문이 아니라, 베트남이 주도권을 쥔 채 함께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주성 존중을 바탕으로, JICA는 1996년부터 베트남-일본 법률 및 사법 협력을 추진하며 제도 개혁을 지원해왔다. 과거 통합에 미흡했던 법체계는 이제 많은 기본법이 마련되고, 법률 전문가들도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할 만큼 성장했다.
JICA의 접근법에서 베트남은 항상 개혁의 중심에 있으며, 실행 역량 강화와 규정과 현실 간의 괴리 해소 등 실질적 과제에 솔직하게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베트남 내 기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다.
고품질 인프라, 녹색성장의 주춧돌
베트남-일본 협력에서 상징적인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철학이 현실로 구현된 대표적 사례다. 2024년 말 운행을 시작한 호찌민시 메트로 1호선(벤탄-수오이띠엔)은 단순히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저탄소 교통수단 제공과 대중교통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도 대도시의 하수처리 사업 등은 베트남-일본 협력의 뚜렷한 흔적을 남기며, 삶의 질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고품질 인프라’라는 철학 아래, 사업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발전 전략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철학은 수십 년간 메트로, Nhat Tan 대교, Lach Huyen 항만, 하수처리장 등 베트남-일본 협력의 상징을 만들어왔다. JICA에 따르면, 고품질 인프라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일 뿐 아니라, 베트남이 2045년 고소득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장기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다. 기술 이전과 인재 양성은 일관된 중점 분야로, 베트남 기업과 엔지니어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더 깊이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넓은 시각에서, 베트남-일본 인프라 협력은 개별 사업을 넘어 혁신과 경제발전을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당면한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녹색·안전·살기 좋은 미래의 기반을 다진다. ODA 차관, 기술협력, 무상원조의 유연한 결합은 JICA가 베트남과 장기적으로 동행할 수 있는 강점이다.
앞으로 하노이 메트로 2호선, 호찌민시 메트로 1호선 연장 등 프로젝트가 대도시의 녹색성장 퍼즐을 완성하는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과학–인재: 넷제로 약속의 장기적 기반
녹색 발전으로 가는 여정은 에너지 전환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는 베트남에 큰 도전이자, 향후 수십 년간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JICA는 장기적 약속에 기반해, 재정 지원과 함께 역량 강화 및 신뢰 구축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한 비전으로 베트남을 동행한다.
국제 자원은 적절한 제도와 민간 참여가 결합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꽝찌성의 JICA 공동투자 풍력발전 사업은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모범사례로,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투자 문제가 아니다. 정책, 전력망 연계, 시장 메커니즘 등 다양한 과제가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의 시급함을 부각시킨다. 국가와 기업 간 정책 대화와 신뢰 구축이 성장 촉진과 감축 목표 달성의 핵심 조건으로 인식된다. 이와 함께 JICA는 베트남의 근거 기반 기후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기술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량 모니터링, 기업 역할 강화 등 기후 약속 이행 역량이 제고되고 있다.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 분석과학기술 연구·개발·연수센터
2025~2030년 베트남-일본 협력은 순환경제, 탄소배출권, 지속가능 농업·교통, 메콩델타 기후적응, 중부지역 홍수관리, 수환경 개선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녹색 전환은 단순히 기술이나 자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인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넷제로 약속이 정책에서 지역사회로 확산되면서, 녹색 발전은 사회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넘어, 베트남-일본 협력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 등 보다 근본적인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프라나 기술은 지식과 역량, 혁신 의지를 갖춘 인재에 의해 비로소 가치를 실현한다. 이런 취지에서 JICA는 하노이과학기술대학교, 일본 파트너와 함께 2025년부터 글로벌 소비자 인텔리전스(GCI) 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마쓰오 교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 학생들이 인공지능(AI) 지식을 습득하고, 혁신·창업과 연계된 첨단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녹색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연수와 더불어, 베트남-일본 과학협력은 지속가능 발전 수요와 직결된 실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호앙 민 손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교 총장에 따르면, 분석과학기술 연구·개발·연수센터 설립은 과학기술의 본래 역할인 환경 모니터링, 식품안전, 수질·대기질 분석을 복원했다. 이를 토대로 근거 기반 정책수립 역량이 강화되어, 개발 결정이 더욱 탄탄하고 지속가능해지고 있다.
JICA는 인재 양성을 지속가능 인프라의 핵심으로 본다. 베트남-일본대학교 설립과 반도체 등 신설 프로그램은 교육협력이 미래 핵심산업과 점차 연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일본 자원봉사자들의 조용한 기여는 양국 국민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소프트 스레드’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5~10년간 베트남-일본 협력은 AI, 반도체,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등 분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통적 ‘이전’ 모델이 아니라, JICA는 ‘공동 창조’ 방식으로 전환해, 급변하는 세계에서 베트남과 함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과학·기술·인재로 뒷받침될 때, 지속가능 발전은 더 이상 먼 약속이 아니라, 지식과 신뢰, 미래에 대한 공동 책임으로 키워가는 장기적 동반 여정이 될 것이다.
지난 33년간 일본의 베트남 ODA 지원 총액은 약 3조 엔에 달하며, 2023년 한 해에만 1천억 엔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지원의 규모뿐 아니라, 녹색 전환이 시간·자원·제도에 대한 진지한 투자가 필요한 장기 여정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