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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말(聖馬)을 그리는 데 반평생을 바친 베트남 화가
베트남 현대 미술계에서 거의 평생을 단 하나의 주제에만 매진하는 예술가는 드물다. 화가 레찌중(Le Tri Dung)은 약 4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말’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베트남 현대 미술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겨왔다.
베트남 문화에서 말은 여정, 정복, 그리고 인내를 상징한다. 하지만 레찌중에게 말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 ‘성스러운 존재(Sacred Horse)’다. 그는 어린 시절 읽었던 ‘타잉종(Thanh Giong)’ 신화 속 하늘로 날아오른 철마의 전설에 매료되었고, 이후 기갑 부대에서 복무하며 느낀 말과의 정서적 유대가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레찌중의 작품 속 말들은 전통적인 민화적 모티프를 넘어 리듬감 넘치는 선을 통해 현대적인 시각 공간으로 확장된다. 어떤 말은 근육질의 강인함을 뿜어내고, 어떤 말은 자유롭게 허공을 가른다. 바람을 향해 포효하거나 다음 도약을 위해 고개를 숙인 말의 모습은 역동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십이지신(Zodiac)’ 회화는 설날(Tet)이면 지식인들이 즐겨 찾는 하나의 문화적 전통이 되었다. 그의 작품은 타잉종의 전설과 현대 미술이 만나고, 민속적 기억과 현대적 시각 표현이 어우러지는 공명(共鳴)의 장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비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말’이라는 상징을 통해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