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탐방

닥락성 에데족의 독특한 집들이 의례

닥락(Đắk Lắk)성에 거주하는 에데(Ê Đê)족에게 냐자이(nhà dài)라는 전통가옥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문화와 신앙 생활의 중심이다. 새 집이 지어지면 ‘집들이 의례’를 치르는데 이는 새로운 생활 공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영적 믿음과 함께 가족 · 씨족의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의식이다.

에데족의 ‘새 집 입주식’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전통 주류인 ‘르우껀(Ruou Can)’을 마시는 의례를 행하고 있다. 사진: 뚜안 아잉/베트남통신사

전통가옥이 완공되면 집주인은 향긋한 전통 술을 빚고 제물 준비를 마친 뒤 길일을 택해 친인척들이 모여 전통에 따라 집들이 의례를 거행한다.

주술사가 집주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팔찌를 채워주는 의례를 거행하고 있다. 사진: 뚜안 아잉/베트남통신사
닥락성 서부 지역 에데족의 집들이 의례는 흥겨운 끄나(knah) 징 소리 속에서 진행되며,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신령과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 그리고 집주인의 건강을 기원하는 제의다. 닥락성 떤안(Tân An) 동 꾸오르깝(Cuôr Kắp) 마을의 이 민 끄부오르(Y Min Kbuôr, 아에르엉) 씨는 집들이 의례가 집의 완공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신령의 보호를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집의 형태가 갖춰지면 제사를 지내 신령이 집과 집주인을 보살펴 주시길 빕니다. 모두가 평안하고 건강하며 생업이 잘되고 삶이 안정되길 기원합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에데족의 징(Chieng) 연주 공연. 사진: 뚜안 아잉/베트남통신사
의례는 집의 동쪽 창문에서 시작된다. 에데족의 관념에서 동쪽은 태양의 빛을 맞이하는 방향으로 생명과 시작을 상징한다. 제물이 차려지고 징이 울리면 무당은 산림과 대지, 하늘을 관장하는 양(yang)이라는 신과 조상들을 초청해 새 집의 탄생을 알리고 가족을 보살펴 달라고 기원한다. 기원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다. 

“…오, 신들이시여. 조상님들께 알립니다. 자손들이 새 보금자리로 옮겨와 집과 부엌을 갖추었습니다. 오셔서 살펴주시고 자손들이 건강하고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으며, 마을이 단결하고 평안하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이어서 의례의 핵심인 집주인의 건강을 비는 제의가 진행된다. 집주인 부부는 제사상 앞에서 동쪽 창을 향해 앉고 무당은 신령에게 기원한 뒤 술독 앞으로 이동해 의식을 이어간다. 술독 빨대를 건네며 축복의 말을 전하고 청동 팔찌를 채워 건강과 안정된 삶, 곡식이 가득 찬 창고와 풍족한 징·술독을 기원한다. 닥락성 떤안동 꼬땀(Ko Tam) 마을의 이 시옹 에반(Y Siong Êban)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집에 들어가면 관습에 따라 집주인의 건강을 비는 제의를 반드시 합니다. 집주인이 늘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에데족의 관습은 새집이 있으면 반드시 집주인의 건강을 축원하는 것입니다.”

의례 전반에 걸쳐 끄나 징 연주는 각 단계에 맞는 리듬으로 이어진다. 마을의 장인들은 의식이 전통에 맞게 진행되도록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닥락성 떤안동 꾸오르깝 마을의 이 늇 끄부오르(Y Nhut Kbuôr, 아에 담 산) 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에데족의 관습에 따르면 제사를 시작하기 전 먼저 징을 칩니다. 여러 벌의 징을 모아 순서대로 연주하고 무당이 제사를 지내는 동안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연주합니다. 처음에는 느리고 평온한 리듬으로 시작해 점차 빠르게 치다가 무당의 기원이 거의 끝날 즈음에는 잠시 멈춥니다. 팔찌를 채우는 동안에는 징을 치지 않다가 팔찌를 채우고 전통 술을 마실 때 다시 연주해 의례가 끝날 때까지 이어갑니다.” 

에데족의 전통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공간과 식재료들. 사진: 뚜안 아잉/베트남통신사
장작불로 커피를 볶는 것은 에데족(E De)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다. 사진: 뚜안 아잉/베트남통신사

전통적인 집들이 의례는 오늘날에도 에데족의 현대 생활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시화와 문화 교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 의례를 유지하는 것은 에데족의 정체성을 보존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관광·체험 관광과 연계한 전통문화의 가치 활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 준다. 이를 통해 냐자이 전통가옥은 기억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떠이응우옌(Tây Nguyên) 고원 지대의 현재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

베트남픽토리알/베트남라디오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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