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시의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공간

호찌민시의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공간

바쁜 일상이 이어지는 사이공(Sài Gòn)동 중심부에 위치한 호찌민시 박물관은 마치 도심 속 한 줄기 여유로운 휴식처처럼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건립된 이 건축물은 대칭을 이루는 기둥, 붉은 기와지붕, 그리고 정교한 문양 등 고딕 양식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이공의 형성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초반에 박물관 건물은 남키(Nam Kỳ, 베트남 남부) 지역의 제품을 전시하는 상업박물관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프랑스 건축가 알프레드 풀후(Alfred Foulhoux)의 설계에 따라 1885년에 착공되어 1890년에 완공되었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호찌민시 박물관 건물은 과거 남키 총독부로 사용되었으며, 같은 이름의 도로에 위치해 있어 흔히 '자롱 궁전(Dinh Gia Long)'으로도 불렸다. 프랑스 건축가 알프레드 풀후가 설계하여 1885년부터 1890년까지 건립된 이 건물은 고딕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지붕 부분에는 동양적 미학을 담아냈다.

완공 이후 이 건물은 초반 계획이었던 상업박물관 대신 프랑스 및 일본 통치기의 남키 총독부, 쩐쫑김(Trần Trọng Kim) 정부 시절의 남키 흠사부, 남키 자치정부 본부, 남부 수상 관저, 국빈관, 대통령 궁전, 최상법원 본부 등으로 사용되었다. 1975년 이전에는 주로 '자롱 궁전'으로 불렸다.

호찌민시 박물관은 도시의 역사를 탐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문화 명소이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베트남 남부 해방(1975년 4월 30일) 이후, 사이공-자딘 군사관리위원회는 이 건물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 활동, 예술 공연 및 시사 특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1978년 8월 12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는 '호찌민시 혁명박물관' 설립 결정을 내렸다. 20여 년간의 운영을 거쳐 1999년, 호찌민시 혁명박물관은 보수 및 보강 작업을 거쳐 '호찌민시 박물관'으로 승격·개편되었다. 박물관 건물은 2012년 국가 건축·예술 유적으로 지정되었다.

호찌민시 박물관은 면적 1,700m2 규모의 2층 본관과 뒤편의 횡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칭적인 건축 구도로 신전풍의 고전주의 양식을 띠고 있으며, 중앙의 현관 로비를 중심으로 양날개가 펼쳐진 형태에 유럽 전통 건축의 대표적 요소인 이오니아식 기둥이 들어서 있다.

비행기, 탱크 등 전쟁의 증거물들이 호찌민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베트남 공산당 역사 관련 전시 공간.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내부 전시 공간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자딩(Gia Định) 땅에 관한 최초의 사료부터 사이공-호찌민시의 각 발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구역은 독자적인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유물, 지도, 사진 등이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관람객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의 변천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대표적인 춤인 사자춤(Lân Sư Rồng) 탈 전시 공간.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호찌민시 박물관에 전시된 라오스 및 크메르족의 전통 혼례복.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최근 관람객에게 다시 개방된 견고한 지하 방공호 구역이다. 밀폐된 공간, 좁은 통로, 낮은 천장과 함께 비상시를 대비해 설치된 철제 문과 장비들은 지상 전시실과는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역사는 단순한 숫자나 기록이 아닌, 보다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지하 방공호에는 일체형으로 제작된 6개의 철제 문이 있으며, 잠금용 핸들과 비상시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대형 철제 빗장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이 구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롱쯔엉(Long Trường) 동에 거주하는 까인린(Khánh Linh) 씨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도시의 또 다른 면모, 즉 한층 정적이고 깊이 있는 분위기로 들어서는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에게 이번 관람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역사의 깊이를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벽면과 복도에는 자롱(Gia Long)궁전의 설계도, 궁전의 역사 자료, 쿠데타 관련 사진, 도시의 역사 유적지 영상이 상영되는 모니터가 다수 설치되어 있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다시 지상 공간으로 나오면, 대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전시실을 한결 편안하고 접근하기 쉬운 분위기로 만들어 준다. 유물과 삶의 흔적이 담긴 기념품들은 문화적·생활적 가치가 세월을 넘어 보존되어 온 옛 사이공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전해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도시 속에서도 호찌민시 박물관은 기억을 간직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돌아보고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호찌민시 박물관은 도시의 역사를 탐구하고 관람하려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사진: 통하이/베트남픽토리알

호찌민시 박물관은 베트남의 역사 및 문화와 궤를 같이하며, 호찌민시의 자연, 역사, 문화,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전시하며 소개하는 공간이다. 매년 4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연구, 학습 및 관람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글·사진: 통하이(Thông Hải)/베트남픽토리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