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장인의 손끝에서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돼 온 장인들의 손기술을 바탕으로 하노이의 대표적인 4대 전통공예 마을인 밧짱(Bát Tràng), 반푹(Vạn Phúc), 쭈옌미(Chuyên Mỹ), 선동(Sơn Đồng)이 전통을 굳건히 지키는 한편, 끊임없는 창의와 혁신을 통해 탕롱-하노이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제품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4개 공예 마을이 세계공예위원회(WCC)의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오랜 세월 축적된 전통과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넘어, 하노이 전통공예의 정수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러 세대를 이어온 장인의 손길
현재 하노이에는 약 1,350개의 공예 마을과 전통공예 마을이 있으며, 이 가운데 337개 마을이 시로부터 공식적으로 공예 마을로 인정받고 있다. 밧짱과 반푹은 2024년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인정받았으며, 쭈옌미와 선동은 2026년 회원으로 추가 선정됐다. 네 곳은 각각 서로 다른 전통공예를 계승하고 있지만, 장인의 손을 통해 전통기술을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생활과 시장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발전시킨다는 공통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반푹(Vạn Phúc)동의 전통은 실크를 만드는 실에서 시작된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반푹은 독특하고 풍부한 직조기술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7세기 말부터 등장한 실크 바탕 위 입체적인 꽃무늬 직조기술이 대표적이다. 40년 동안 전통 직조업에 종사해 온 응웬 쑤언 키엠(Nguyễn Xuân Khiêm) 씨는 100% 누에고치 실크는 습윤한 환경에서 직조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용 기계만으로는 전통적인 수공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조에 앞서 실을 염색하는 전통적인 공정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독특한 색감과 입체적인 무늬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전통기술은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반푹 실크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며, 이곳에서 생산된 실크가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는 기반이 되고 있다.
밧짱 지역에서는 흙이 물레 위에 올려지고 장인의 손길을 따라 서서히 형태를 갖춰간다. 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밧짱 도자기 마을은 흙 빚기, 문양 새기기, 유약 위에 채색하기 등 다양한 수공 제작 공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밧짱 (Bát Tràng)전통공예 보존·관광개발 주식회사 관리자인 투 흐엉(Thu Hường) 씨는 섬세한 선과 정교한 표현이 밧짱 도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응웬 잔 뚜(Nguyễn Danh Tú), 응웬 반 흥 (Nguyễn Văn Hưng)등 장인들도 마을 고유의 전통기술과 대표적인 제품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쭈옌미(Chuyên Mỹ) 지역에서는 작은 자개와 조개껍데기를 장인들이 선별하고 자르고 조합해 현판, 대련, 장식용 목가구, 수납장, 정교한 자개 그림 등으로 탄생시킨다. 현재 자개와 옻칠 공예에는 1,000여 가구가 종사하고 있다.
40년 동안 이 분야에 종사해 온 팜 반 코에(Phạm Văn Khỏe) 씨는 섬세한 수공기술과 뛰어난 내구성,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이 결합된 점이 쭈옌미 자개·옻칠 공예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제품이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베트남의 미적 가치와 문화,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동 지역의 전통공예는 문묘-국자감, 응옥선(Ngọc Sơn) 사당, ‘일주사(Chùa Một Cột’, 쩐꾸옥(Trấn Quốc) 사원 등 베트남의 대표적인 문화·종교 유적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전통 옻칠 기법은 뛰어난 내구성과 색상 유지력, 오랜 시간 지속되는 광택을 지니며, 선동 공예의 명성을 만들어낸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현재 선동에는 약 700가구와 다수의 수공예품 생산기업이 있으며, 수천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여러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이들 4개 공예 마을의 공통점은 장인들이 단순히 하나의 생산기술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쳐 전승돼 온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까지 함께 지켜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공예위원회(WCC) 부회장인 달리 오멘 코시(Darlie Oommen Koshy) 박사에 따르면, 선정 과정에서는 현장 조사와 지역사회와의 면담, 장인과 숙련공들이 직접 전통공예를 실천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하노이 공예 마을이 지닌 역사·문화·경제·사회적 가치가 종합적으로 평가됐다.
코시 박사는 베트남이 전통공예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강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하노이의 4개 공예 마을이 WCC 네트워크에 포함된 것은 세계 문화유산의 흐름 속에서 베트남 공예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전통공예, 창의의 공간으로 나아가다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에 등재됐다고 해서 공예 마을들이 기존의 전통만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장인들이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현대 생활에 적합한 새로운 언어로 문화적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반푹 (Vạn Phúc)실크공예마을협회 집행위원인 레 티 낌 트(Lê Thị Kim Thư) 장인은 공예 마을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생산 활동이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딸인 당 티 쑤언 꾸인(Đặng Thị Xuân Quỳnh)은 가족의 전통을 이어받아 ‘Phong Thư Silk’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전통기술에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접목하고 제품의 디자인과 문양, 제품군을 다양화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가족이 직접 생산한 실크가 지닌 전통적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쭈옌미 지역 보이케 마을의 딘 응옥 아인(Đinh Ngọc Ánh) 씨는 자신의 가족 공방이 2010년부터 미국 고객을 확보해 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지방 당국의 지원을 받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있다.
쭈옌미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응웬 티 투이 흐엉 (Nguyễn Thị Thùy Hương)씨는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 가입은 지역사회의 자부심인 동시에 지역의 홍보와 온라인 판매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당국은 정기적으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며,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주민들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밧짱(Bát Tràng)에서는 생산 공간 자체가 전통공예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베트남 공예 정수센터’에서는 방문객들이 밧짱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직접 도자기 제작을 체험할 수 있다. 약 100년 된 전통 가마인 ‘벌집형 가마’도 관광 공간으로 전환돼 방문객들이 전통적인 생산환경과 제작기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노이 수공예품·공예마을협회 회장 하 티 빈(Hà Thị Vinh) 씨는 공예 마을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생산활동을 유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장인과 종사자들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국내외 시장에 더욱 폭넓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현재 베트남에서 세계 창의공예도시 네트워크 회원으로 인정받은 공예 마을은 모두 하노이에 소재한 4곳이다. 밧짱 (Bát Tràng)도자기, 반푹 (Vạn Phúc)실크, 쭈옌미(Chuyên Mỹ) 자개·옻칠 공예, 선동(Sơn Đồng) 옻칠·수공예 조각이 그 주인공이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응웬 쑤언 르우(Nguyễn Xuân Lưu)에 따르면, 하노이는 공예 마을 발전을 단순히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적이고 창의적이며 지속가능한 문화산업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노이시는 앞으로도 공예 마을의 디지털 전환, 인력 양성, 브랜드 개발 및 국제시장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하노이 교외의 전통 마을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점점 더 널리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폭의 실크, 하나의 도자기, 한 점의 자개 작품, 한 구의 조각상은 단순한 사용가치를 넘어 전통기술과 문화, 그리고 베트남 장인의 손길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따라서 밧짱, 반푹, 쭈옌미, 선동이 세계 공예 지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적 가치를 지켜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사고로 창의성을 더하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제품을 통해 베트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와의 통합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하노이 전통공예가 보여주는 생명력이다./.
기사: 응언 하(Ngân Hà)
사진:롱 응웬 (Long Nguyễn); 찐 보(Trịnh Bộ),비엣 끄엉(Việt Cường), 쩐 타인 장(Trần Thanh Giang), 카인 롱(Khánh Long)/베트남 픽토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