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의 여름을 수놓는 홍련의 향연

후에의 여름을 수놓는 홍련의 향연

후에의 여름이 시작됐다. 온 누리의 초목이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 차오르는 계절이다. 이 무렵이 되면 왕궁과 성내를 에워싸고 흐르는 호성하(護城河, 해자)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우아하고 고결한 홍련(紅蓮)이 피어나 그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후에의 여름을 수놓는 홍련의 향연. (사진: 타잉화/베트남 픽토리알)

후에의 홍련은 이 지역의 토종 품종이다. 송이가 아담하고 꽃잎 끝에 은은한 보랏빛이 감돌며, 줄기가 가냘프고 수려하여 귀족적인 기품을 자아낸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향기는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하다. 

북부 지방의 화려한 퀴(Quỳ) 연꽃처럼 눈부시지 않고, 남부 탑므오이(Tháp Mười)의 연꽃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후에의 연꽃은 작고 아담함 속에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오죽하면 후에의 민요에 *“연꽃이 호수를 떠나면 호수가 마르고, 석류가 복숭아를 떠나면 복숭아나무가 기우네”*라는 구절이 있을까. 이처럼 후에 연꽃에 깃든 정서는 기이할 정도로 깊고 애틋하다. 서로 떨어져 그리워하면 연꽃도 마르고 호수도 가물어 버리니, 마치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부부의 깊은 정념(情念)을 닮았다.

옛 왕궁의 정취를 머금은 성내(城內)의 연꽃.  (사진: 타잉화/베트남 픽토리알) 

여름날 후에를 찾은 이들이 흐르는 흐엉강(Sông Hương)과 응우산(Núi Ngự)을 감상하고, 오랜 세월을 품은 대궐과 능묘, 붉은 누각의 장엄함을 우러러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옛 도읍(고도)의 홍련을 바라보며 왕실의 해자 주변을 한가로이 거니는 풍류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저녁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향기와 새벽이슬 속에 배어나는 진한 향을 맡다 보면, '꿈의 도시'라 불리는 후에 사람들의 깊은 정서가 가슴속으로 잔잔히 스며든다.

작고 아담하며 가냘픈 자태 속에서도 특유의 은은한 멋을 자아내는 후에의 연꽃.  (사진: 타잉화/베트남 픽토리알) 

연꽃을 바라보고 연꽃을 즐기는 것은 후에 사람들만의 독특하고 격조 높은 풍류다. 후에 사람들은 본디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의와 가치관, 그리고 인간 삶의 철학에 대해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후에 사람들이 연꽃을 감상하는 방식에는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다. 때로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꽃잎 한 장, 바람결에 흩날리는 외로운 노란 수술, 혹은 수면 위로 기이한 무늬를 남기며 시들어가는 연잎 한 조각을 보며 이들은 깊은 한숨을 쉬고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흥미로운 이치를 발견해 내며, 꽃에 대고 예술적인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예컨대 '인간의 숙명', '스러짐', '무상(無常)', '홍련의 시절', 혹은 '호수 위의 제화(題畵)' 같은 이름들이다.

사진: 타잉화(Thanh Hòa) / 베트남 픽토리알
사진: 타잉화(Thanh Hòa) / 베트남 픽토리알
사진: 타잉화(Thanh Hòa) / 베트남 픽토리알
사진: 타잉화(Thanh Hòa) / 베트남 픽토리알

글·사진: 타잉화(Thanh Hòa) / 베트남 픽토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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