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마시며 향 음미하기, 베트남 다도 문화의 섬세한 아름다움

차(茶)를 마시며 향 음미하기, 베트남 다도 문화의 섬세한 아름다움

시끄럽거나 화려하지 않게, 베트남의 다도 문화는 각 가정과 거리 모퉁이, 그리고 도심 속 작은 찻집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현대의 흐름 속에서 ‘향을 음미하는 예술(thưởng hương)’은 베트남 사람들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찻잔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도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매개체가 된다.

하노이 도심 속에 위치한 작은 찻집의 공간이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선사한다. 사진: 비엣 끄엉(Việt Cường) / 베트남픽토리알

작은 찻집, 그리고 소통이라는 큰 이야기

어느 날 오후 하노이, 좁은 골목길 깊숙이 자리한 한 찻집의 차분한 공간 안으로 은은한 차 향이 공기 중으로 번져 나간다. 소박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 진흙으로 구워낸 다기, 몇 가지 생화 가치, 그리고 잔잔한 음악은 긴 하루를 보낸 이들이 잠시 걸음을 늦추기에 충분하다.

차의 공간 – 이야기와 사람이 만나는 곳. 사진: 비엣 끄엉 / 베트남픽토리알

오랜 경력의 다랑(trà nương, 차를 우려내는 여성)인 응웬 타잉 후옌(Nguyễn Thanh Huyền) 씨는 차를 따르며 다음과 같이 공유했다. “차를 한 모금 머금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맛이 아니라 향입니다. 차 향은 아주 부드럽게 찾아오고, 그다음 떫은맛, 쓴맛, 혹은 깔끔한 맛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정의 여운이 남지요.” 후옌 씨는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감각적 여정을 들려주듯 말했다.

이 공간 안에서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고요함을 찾고, 어떤 이는 비즈니스 파트너나 친구를 만나지만, 이들 모두는 ‘찻잔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는 하나의 공통점에서 만난다.

 

찻집 ‘아이차(Ái Trà)’의 대표인 박(Bắc) 씨는 소박하지만 명확한 방향을 선택했다. 바로 베트남 차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멋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박 씨는 “손님들이 자연과 가장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밧짱(Bát Tràng) 도자기 다기와 유목(나무뿌리) 테이블, 초록 식물 등을 활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곳의 차는 하장(Hà Giang, 현 뚜옌꽝성), 선라(Sơn La), 라이쩌우(Lai Châu) 등 토양과 기후 고유의 원초적인 풍미를 간직한 유명 산지에서 엄선된다.

찻잔마다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입안에 남는 달콤한 여운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퍼지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사진: 비엣 끄엉 / 베트남픽토리알

 

“차를 한 모금 머금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맛이 아니라 향입니다. 차 향은 아주 부드럽게 찾아오고, 그다음 떫은맛, 쓴맛, 혹은 깔끔한 맛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정의 여운이 남지요.”

 

이곳에서 손님들은 차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차를 우려내는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약 95도의 높은 온도의 첫물에서 찻잎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부터, 그다음 물을 따를 때마다 찻잔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색채와 향을 띤다. 그러나 입안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단순한 단맛의 여운을 넘어 마음 깊이 퍼지는 편안함이다.

일상의 찻잔에서 문화의 깊이로

베트남에서 차는 이처럼 정제된 공간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골목길에 존재한다. 격식 있는 대화의 자리부터 정겨운 길거리의 노천 찻집(trà đá vỉa hè)에 이르기까지, 차는 소박하지만 끈기 있게 삶의 리듬 속에 녹아들어 있다.

차 장인 응웬 응옥 뚜안(Nguyễn Ngọc Tuấn) 씨에 따르면,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다소 현대적인 방식으로 차에 접근하고 있지만 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다도 문화의 핵심인 ‘소박함, 조화로움, 그리고 형식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정신’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옛 베트남 사람들은 차를 음미하는 예술을 여섯 가지 요소, 즉 ‘일수(一水), 이차(二茶), 삼파(三泡), 사호(四壺), 오택(五宅), 육악(六樂)’으로 정립했다. 여기서 ‘택(宅)’은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소박한 집 앞마당이나 정자, 혹은 고요한 사찰의 모퉁이가 될 수 있으며, ‘악(樂)’은 자연과 삶의 소리를 의미한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비로소 온전한 차의 경험을 완성한다.

차의 공간 – 이야기와 사람이 만나는 곳. 사진: 비엣 끄엉 / 베트남픽토리알
 

여기서 차를 우려내는 사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이들은 차를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물을 고르고, 다기를 선택하며, 공간과 시간을 맞출 줄 안다. “물은 차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차에 맞는 물을 만났을 때 비로소 차 고유의 풍미가 온전히 깨어나기 때문이다.

연구가들에 따르면 베트남의 다도 문화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리(Lý) 왕조(1010~1225년) 시절부터 시가(詩歌)에 등장해 민간 차부터 지식인들의 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타 문화권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베트남 차는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움과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는 고유의 독창성을 유지해 왔다.

베트남 차 문화 공간의 인테리어 연출. 사진: 비엣 끄엉 / 베트남픽토리알
 

오늘날에는 전통 차 외에도 재스민, 연꽃 등을 활용한 가향차나 과일차가 인기를 끌며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정서적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핵심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 차를 마시는 것은 타인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온전히 연결되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한 잔의 차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다. 그것은 바쁜 삶 속의 쉼표이자, 인간이 내면의 균형을 되찾는 공간이다.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차 향처럼, 베트남의 다도 문화는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매일의 삶의 방식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존재하고 있다./.

글: 빅 반(Bích Vân) - 사진: 비엣 끄엉(Việt Cường) / 베트남픽토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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