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베트남의 문화적 가교 역할에 앞장서는 요시오카 노리히코

일본과 베트남의 문화적 가교 역할에 앞장서는 요시오카 노리히코

일본과 베트남의 문화적 다리를 잇는 인물, 요시오카 노리히코. 일본재단 베트남 문화교류센터 소장인 그는 단순히 양국 문화의 ‘소개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 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연결자’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도시에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제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 두 나라의 예술과 문화가 한층 더 깊고 폭넓게 교차하도록 새로운 비전을 펼치고 있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일본문화교류센터 관장

기자: 하노이에 처음 오셨을 때부터 베트남 일본문화교류센터 관장으로 돌아오시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처음 하노이에 온 것은 2008년 10월이었다. 그해 3월 막 설립된 일본재단 베트남 문화교류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도쿄 본사에서 파견됐다. 2010년부터는 센터의 첫 부소장으로서 2014년까지 활동했는데, 단순히 사무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배우며 현지 사회와 더 깊은 교류를 시도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매일이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고, 언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베트남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통로였다”고 회상한다.

이후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방콕에 있는 일본재단에서 집행이사직을 맡아 동남아시아 전역의 문화 프로그램을 총괄했고, 2024년 4월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 이번에는 소장으로서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이 센터 동료들과 함께 일하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기자:10년 만에 하노이로 돌아오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10년 만에 돌아온 하노이는 그에게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익숙한 풍경도 남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도시 전체가 가진 활력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노이는 여전히 따뜻하고 활기찬 도시였지만, 동시에 변화의 속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과거와 달리, 베트남의 문화적 풍경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전통 예술의 뿌리가 여전히 강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그 옆에는 독립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과 새로운 장르의 공연들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었다. 한 도시가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는 장면이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님은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외교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한다. 사진: 자료사진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이 “플라스틱 시대의 공룡” 전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자료사진

기자: 새로운 직책에서 센터의 활동을 위해 어떤 전략들을 제시하셨습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구상하는 전략은 단순히 일본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교류는 양방향이어야 한다. 따라서 첫째 전략은 ‘연결망 구축’이다. 공공기관, 민간단체, 예술가 커뮤니티 등 가능한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해 서로의 강점을 모아내고, 그 속에서 더 깊이 있는 문화적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둘째는 ‘문화적 다양성의 도입’이다. 일본의 전통 공연부터 현대 미술, 영화, 건축, 디자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되,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관객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내려 한다. 문화란 결국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라며, 고품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이 일본문화교류센터에서 열린 예술 전시회에 참하고 있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은 문화 활동 외에도 학생들을 위한 일본 교육 및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이 센터에서 학생들과 함께 과학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기자: 베트남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가 일본 문화를 접하는 방식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베트남 젊은 세대의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문화를 접하려면 직접 행사에 참여하거나 책과 DVD를 구하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실제로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J-pop은 물론이고, 일본 건축가와 디자이너, 심지어 독립 음악가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문화의 소비가 더 이상 단일한 흐름이 아니라, 개인화된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문화가 단순한 ‘외국 문화’가 아니라, 베트남 청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일본문화교류센터 관장.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기자: 업무를 수행하시는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기억 속에 가장 또렷이 남은 순간은 2013년, 베트남과 일본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야요이 쿠사마: 집착’ 전시였다. 센터의 전 공간을 가득 메운 설치 작품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일본 현대미술의 대표적 아이콘이 베트남 대중과 직접 만나는 드문 기회가 되었다. 그때 느낀 에너지는 아직도 생생했다.

다른 기억은 무언극 예술가 이이무로 나오키와 베트남 배우 응웬흐엉뚱(Nguyễn Hương Tùng)이 함께한 무대였다. 예술은 국경을 넘는 언어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노동자극장에서 열린 일본 전통 인형극 공연이 많은 수도 시민 관객을 끌어 모았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기자: 문화 협력 증진과 양국 예술인 연결을 위해 센터는 어떤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요시오카 노리히코: 최근에는 일본 퍼포먼스 그룹 contact Gonzo와 베트남 예술가들이 협업한 실험적 연극 ‘The Storm’을 지원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베트남 예술가들과 함께 완성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오는 11월에는 사진작가 타와다 유키와 도예가 푸쿠모토 푸쿠가 하노이를 찾아 ‘Photo Hanoi’ 행사에서 현지 학생 및 예술가들과 협업 전시를 열 예정이다. 

앞으로는 공연예술 분야에서 양국이 더 큰 규모로 협력해, 단순히 만나는 수준을 넘어 진정한 예술적 융합을 이루고 싶다.

 

요시오카 노리히코 관장이 일본 록밴드 '바티 홀릭(Bati Holic)'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자료

그의 여정은 단순히 한 문화기관장의 업무를 넘어선다. 그것은 두 나라 사이의 이해와 존중, 그리고 창조적 영감을 잇는 긴 다리와도 같다. 요시오카 노리히코가 걷는 길 위에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비전이 동시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내는 이 문화적 다리는, 앞으로도 일본과 베트남을 더욱 가깝게 연결하며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다./.

기사: 응언하(Ngân Hà) 및 민투-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및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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