떤통호이, 전통 대나무 발 공예의 맥을 이어가다

떤통호이, 전통 대나무 발 공예의 맥을 이어가다

호찌민시 외곽 꾸찌(Củ Chi)면 떤통호이(Tân Thông Hội)의 대나무 발 전통마을에서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오랜 수공예의 맥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소박한 대나무를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오랜 인내로 엮어낸 대나무 발은 오늘도 베트남 농촌의 정취와 전통마을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가는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 발 그림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풍경화와 초상화, 전통문화를 담은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다.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이른 아침 작업장에는 햇볕에 말린 대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골목 안 공방에서는 대나무에 구멍을 뚫는 소리와 낚싯줄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대를 이어온 장인들의 일상은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대나무 발은 예로부터 남부 베트남 가옥에서 널리 사용되던 생활용품이다. 소박한 멋을 지닌 이 전통 공예품은 오히려 그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러 날 햇볕에 말린 가느다란 대나무는 은은한 황금빛을 띠게 되며, 이를 하나하나 엮어 만든 발은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자아낸다. 장인들은 이 대나무 발 위에 전원 풍경과 대나무 숲, 강물, 옛 기와지붕은 물론 베트남의 문화적 정취가 깃든 서예 작품 등 다양한 그림을 정교하게 담아낸다.

  대나무 발은 수많은 정교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대나무 살은 일정한 크기로 균일하게 재단해야 한다. 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대나무 발 한 장을 완성하기까지는 수많은 정교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채취한 대나무는 먼저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치며, 충분히 성장하고 곧게 뻗은 데다 적절한 성숙도를 갖춘 것만을 사용한다. 그래야 쪼개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이후 대나무는 깨끗이 손질한 뒤 해충과 흰개미를 방지하기 위해 침지 처리하고, 여러 날 햇볕에 말린다. 햇볕이 고르게 들수록 대나무는 더욱 은은한 황금빛을 띠게 되며, 이러한 특유의 색감은 떤통호이(Tân Thông Hội) 대나무 발을 대표하는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나무가 충분히 건조되면 장인들은 이를 일정한 크기의 가느다란 대나무 살로 정교하게 재단한다. 이어지는 구멍 뚫기 작업은 높은 정확성을 요구하는 공정이다. 작은 오차 하나만 있어도 완성된 대나무 발의 형태가 반듯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낚싯줄이나 나일론실을 이용해 수백 개의 대나무 살을 하나하나 엮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대나무 발이 완성된다. 같은 동작을 수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는 만큼, 장인에게는 끈기와 섬세하고 균일한 손놀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나무 발의 줄이 고르게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가장 어려운 공정은 역시 밑그림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장인은 고정된 평면이 아닌, 수백 개의 대나무 살을 이어 붙인 화면 위에 그림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한 계산이 요구된다. 그림은 대나무 발을 말거나 펼쳤을 때도 하나의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균형을 유지할  있도록 끊임없이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전체 구도가 흐트러질  있어, 높은 집중력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작은 오차 하나만으로도 그림 전체의 선과 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 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현재 떤통호이 대나무 발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제품 가격은 크기와 제작 수준에 따라 약 15만~30만 동(VND)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아름다움 뒤에는 전통 공예가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소비자 수요의 변화로 수공예품의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과 높은 편의성, 빠른 생산이 가능한 산업용 제품들이 점차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작업으로 만드는 대나무 발은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수일이 걸리지만 경제적 부가가치는 그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나무 원자재 수급도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다. 운송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전통 공예 기피 현상으로 인해 후계 인력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때 온 가족이 일 년 내내 대나무 발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가던 공방들은 이제 대부분 고령의 장인들만이 묵묵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수공예품과 천연 소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흐름 속에서 대나무 발은 베트남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인테리어 소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젊은 장인들은 새로운 문양과 색채,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전통 공예품이 오늘날의 생활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떤통호이(Tân Thông Hội)에서 제작된 대나무 발은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통하이(Thông Hải) / 베트남 픽토리알
 

공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소박한 대나무가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부드럽고 섬세하며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깊은 감탄을 보낸다.

떤통호이(Tân Thông Hội) 대나무 발 전통마을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완성된 공예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대나무 살 하나하나를 묵묵히 엮어 나가며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삶의 리듬과 성실한 손길 또한 이 마을이 지닌 가장 큰 매력으로 남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들은 오늘도 조용히 대나무를 엮으며 남부 베트남 농촌의 기억을 이어간다. 황금빛 대나무 발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오랜 전통의 아름다움 역시 지금도 변함없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사&사진: 통하이( Thông Hải)/베트남 픽토리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