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 민화의 유산 이야기를 이어가다
베트남 전통 민화인 동호 민화 제작 기술이 유네스코 긴급 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 베트남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통 민화가 현대인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창의적 체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호 민화의 유산은 오늘날 세대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되며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한 전시 공간이나 긴 해설로 시작하는 대신, 문화예술 프로그램 ‘목판지 위의 혼(Hồn trên giấy mộc)’은 관객을 동호 민화 마을로 안내하는 뮤지컬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무대에서는 닥종이에 조개껍데기 가루를 입히는 작업부터 식물과 자연 재료를 활용한 안료 배합, 목판 조각과 판화 인쇄에 이르기까지 동호 민화 제작의 전 과정이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재현됐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통을 지켜온 장인들의 끈질긴 여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접점은 공로예술인 응웬 당 떰(Nguyễn Đăng Tâm)과 젊은 세대의 대표인 응웬 타오 미(Nguyễn Thảo My)의 만남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났다. 두 세대는 전통 기술을 전수하고 지켜온 과정과 동호 민화를 향한 애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문화유산 보존은 장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젊은 세대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인의 지도 아래 직접 제작 과정도 체험했다. 목판에 안료를 입히고, 천연 재료로 색을 배합하며, 조개껍데기 가루를 입힌 종이 위에 그림을 찍어내는 과정 하나하나를 체험하면서 젊은이들은 소박해 보이는 한 점의 그림 뒤에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민속 지식과 장인들의 섬세한 기술, 인내가 담겨 있음을 이해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끈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유산 속 주인공이 되다(Nhập vai di sản)’ 체험 공간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참가자들은 동호 민화 속 인물로 변신해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은 참가자들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문화유산을 젊은 세대에게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프로젝트 조직위원장 판 응웬 떰 아인(Phan Nguyễn Tâm Anh)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문화유산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며 “문화유산은 그 가치를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판지 위의 혼’은 단순한 프로그램의 이름이 아니라 전통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동시에 오늘날의 삶에 맞게 접근 방식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겠다는 젊은 세대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말 동호 민화 제작 기술이 유네스코 긴급 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 ‘동호 회화기’와 같은 창의적인 시도는 문화유산이 보존 공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창의성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의 가치가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될 때, 동호 민화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쓰여 질 것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미래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기사&사진:쩐 탄 장(Trần Thanh Giang)/베트남 픽토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