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 마을 장인, 흙인형 ‘퐁덧’ 빚기 전통 지켜나가

동호 마을 장인, 흙인형 ‘퐁덧’ 빚기 전통 지켜나가

전통 민화로 유명한 박닌(Bắc Ninh)성 투언타잉(Thuận Thành)구 동호(Đông Hồ) 마을은 수십 년 동안 수공예 흙인형 ‘퐁덧(phỗng đất)’을 빚는 전통 또한 고수해 오고 있다. 풍딩잡(Phùng Đình Giáp) 장인은 숙련된 손길로 이 전통 공예를 묵묵히 보존하며 킹박(Kinh Bắc) 지역의 독특한 민속 문화 가치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형태를 잡고 색을 칠한 흙인형들이 대나무 채반 위에 놓여 있다. 동호 마을의 소박한 전통 문화를 담고 있는 민속 공예품들이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수공예 흙인형 ‘퐁덧(phỗng đất)’의 유래에 대해 풍딩잡(Phùng Đình Giáp)장인은 “옛 어르신들도 이 일의 시작에 대해 말씀해 주신 적은 없습니다. 그저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을 배워서 빚어왔을 뿐입니다. 어르신들이 후손을 교육하기 위해 흙인형 한 세트를 활용하신 방식이 매우 뜻깊고 가치가 있다고 느껴 지금까지 보존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전했다.

풍딩잡 장인에 따르면 흙인형 빚기는 과거 이 지역에서 좀 흔한 일이었다. 퐁덧은 단순한 장난감에 그치지 않고 옛사람들이 후손에게 삶의 교훈을 전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었다.

장인이 거친 흙덩어리에서 대나무 꼬챙이를 사용해 단계별로 흙인형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섬세함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공정이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작고 아기자기한 흙인형을 보면 많은 이들이 만드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풍딩잡 장인에 따르면 하나의 작품 뒤에는 숙련된 기술과 인내심, 그리고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정교한 공정이 숨어 있다.

첫 번째 원자재는 흙이다. 땅속 2.5~3m 깊이에서 흙을 파낸 뒤 햇볕에 말린다. 흙인형을 만들기 시작할 때 이 흙을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든다. 또 다른 중요한 재료는 전통 종이다. 한지를 물에 일주일 정도 불려 부드럽게 만든 뒤 종이 반죽(지죽)으로 처리한다. 이 종이 반죽을 빻아둔 흙가루와 섞어 흙인형을 빚을 흙반죽을 완성한다.

특이한 점은 흙과 종이의 비율에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것이다. 잡 장인에 따르면 원료가 적절한 반죽 상태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오직 장인의 손끝 감각과 눈썰미에 달려 있다. 이는 수년간의 작업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로, 단순한 공식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풍딩잡 장인이 마당에서 흙인형 제품들을 정렬하여 말리고 있다. 각 수공예 공정을 고수하는 것이 전통 흙인형 빚기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초기 원료 반죽에서 출발해 장인은 각 인물의 형상을 하나씩 잡아나간다. 이 공정은 각 인형의 특징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세심한 작업이 요구된다. 형상 만들기가 끝나면 불에 굽는 대신 자연 햇볕 아래에서 건조시킨다.

인형이 마르면 표면에 조개껍데기 가루 물을 한 겹 바른 뒤 아교풀을 추가로 덧칠한다. 표면이 충분히 하얗고 건조해지면 비로소 채색 작업에 들어간다. 전통 색상을 사용해 각 인물에 생동감 있는 외형을 입히고, 마지막으로 광택제를 발라 내구성을 높이고 외관을 완성한다.

풍딩잡 장인에 따르면 전통 흙인형 한 세트는 다섯 가지 인물로 구성되며, 각 인물은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풍딩잡 장인이 청년들에게 흙인형 형상 만드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풍딩잡 장인은 흙인형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워크숍에 참여해 동호 마을의 수공예 흙인형 빚기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청년들이 흙인형 반죽과 형상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중앙에 위치한 인물은 부처로, 인간은 덕을 쌓고 마음을 올바르게 쓰며 선한 것을 향해 살아가야 한다는 경각심을 상징한다. 두 번째 인물은 많은 경험을 쌓아 후세에 경험과 도리를 전수하는 어르신을 대표한다. 이어 꽃을 안고 있는 아이의 형상은 ‘늙은 대나무에 새순이 자란다(tre già măng mọc)’는 관념을 담아 세대 간의 계승을 표현한다. 네 번째 인물은 비둘기를 비롯한 새의 형상으로, 평화에 대한 염원과 함께 화합, 단결, 사랑을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거북이 형상은 끈기와 의지를 상징하여 역경과 고난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풍딩잡 장인이 전통 공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흙인형 형상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전통 문화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풍딩잡 장인의 흙인형 역시 점차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그가 만든 흙인형 작품들은 미국과 한국의 일부 박물관에 소개 및 전시되기도 했다. 2025년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고향의 전통 공예를 알리고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를 가졌다.

‘하노이의 새로운 체험’ 그룹이 주최한 흙인형 체험 워크숍에서 풍딩잡 장인이 민속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저는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해 흙인형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직접 지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흙인형을 알게 되어 동호 마을만의 독특한 전통을 이어갈 큰 동기를 얻고 있습니다”라고 풍딩잡 장인은 소회를 밝혔다./.

글: 응언 하(Ngân Hà) - 사진: 카잉 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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