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관광,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혁신을 선도하다
2025년 9월, 호찌민시에서 열린 제12차 세계도시관광진흥기구(TPO) 총회에서 하노이는 책임 있는 관광 발전을 선도하는 도시에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인 ‘지속가능관광상(Sustainable Tourism Award)’을 수상했다. 이어 한 달 뒤인 10월에는 월드 트래블 어워즈(World Travel Awards)에서도 여러 부문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연이어 거둔 두 개의 국제적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장기적인 비전 아래 꾸준히 추진해 온 혁신과 변화의 결실이며, 새로운 시대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하노이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다.
기후변화 대응과 베트남의 2050 넷제로(Net Zero 2050) 목표가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관광산업에서 친환경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가 202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71%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베트남은 2030년 관광발전 전략의 핵심 축을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두고 있으며, 하노이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추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노이 동아인 현에 위치한 치미 팜 포도농장은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꽁닷/베트남 픽토리알
친환경 숙박시설로의 전환… 자발적 참여에서 제도화까지
베트남 정부가 2022년 시행령 제08호를 통해 2025년까지 전국의 호텔과 관광단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하노이의 숙박업계에도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특히 어스체크(EarthCheck), 그린키(Green Key), LEED 등 국제 친환경 인증 취득을 장려하는 정책은 숙박시설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폐수를 재활용하며, 폐기물을 분리배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하노이에는 3,761개의 숙박시설과 7만1천 개 이상의 객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성급 호텔과 서비스 레지던스는 28곳에 이른다. 2025년 객실 평균 가동률은 65.5%로 전년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광객 증가뿐 아니라 관광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하노이 관광산업의 가장 큰 전환점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2026년부터 하노이시 전역의 모든 숙박시설과 관광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하노이시 관광국은 이를 "베트남 최초의 선도적 정책"으로 평가하며, 지속가능한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기대하고 있다.
생태·지역공동체 관광… 천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살아있는 박물관’
하노이는 세계 어느 도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바로 1,350개가 넘는 전통공예마을이다. 이 가운데 337개 마을은 국가로부터 공식 전통공예마을로 지정됐다. 이는 하노이만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동시에, 주민이 관광의 주인공이자 창조자, 그리고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지역공동체 관광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밧짱(Bát Tràng) 도자기마을이다. 이곳은 매년 50만~6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하노이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반푹(Vạn Phúc) 비단마을과 홍번(Hồng Vân) 생태·분재마을 역시 연간 약 1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밧짱은 2024년 베트남 공예마을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창의공예도시네트워크(World Crafts Council Creative Cities Network)에 가입한 두 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는 오랜 전통문화와 장인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한 모범 사례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의미 있는 성과다.
도심에서도 친환경 관광 콘텐츠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8개 구시가지를 순환하는 전기차 투어,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도보 여행, 꼬로아(Cổ Loa)·밧짱·탕롱 사진(Thăng Long Tứ Trấn)을 연결하는 자전거 투어 등은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하노이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녹색 관광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을 벗어난 교외 지역에서는 친환경 관광이 지역경제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흐엉선(Hương Sơn) 생태관광지의 경우 관광과 서비스 산업이 지역경제의 약 35%를 차지하며, 관광객이 축제 기간에만 집중되지 않고 연중 고르게 방문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친환경 관광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하노이의 ‘녹색 허파’로 불리는 바비(Ba Vì)는 북부 베트남을 대표하는 웰니스(Wellness) 관광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숲 치유 프로그램과 건강 증진 체험, 약초 스파 등은 다오(Dao)족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통 치유문화를 결합한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로 국내외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유산 속 친환경 인프라… 작은 실천이 만드는 큰 변화
해외 관광객이 문화유산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거창한 시설이 아니다. 곳곳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여러 언어로 안내되는 환경보호 표지판, 그리고 금연이 철저히 지켜지는 쾌적한 공간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은 도시의 품격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첫인상이 된다. 하노이는 이미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노이의 문화·관광 중심지인 호안끼엠(Hoàn Kiếm) 지역은 시내 30개 역사·문화유적에서 ‘금연 문화유산(금연 관광지)’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 베트남 최초의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문묘-국자감(Văn Miếu–Quốc Tử Giám)과 탕롱 황성(Hoàng thành Thăng Long)을 비롯한 주요 문화유산에서는 전자입장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방문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유산의 수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종이 사용과 인쇄 폐기물을 크게 감소시키는 친환경 정책으로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하노이는 주요 축제와 문화행사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즉 플라스틱 폐기물 없는 행사를 목표로 운영하며 친환경 행사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에 새로운 행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노이는 주요 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누구나 관광을 향유할 수 있는 포용적 관광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체계의 핵심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그린 선데이’… 의식이 문화가 되다
하노이가 추진하는 네 가지 핵심 과제 가운데 ‘그린 선데이(Green Sunday)’는 가장 큰 사회적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캠페인에는 수만 명의 청년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문화유산과 보행자 거리, 호안끼엠 호수 일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쓰레기 분리배출과 나무심기, 환경보호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다. 매회 이어지는 자원봉사와 공익활동의 규모는 수십억 동에 이른다.
그러나 ‘그린 선데이’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식을 확산시키는 힘에 있다. 2025년 세계도시관광진흥기구(TPO)가 ‘지속가능관광상’ 심사를 진행할 당시에도 이 프로그램은 규모보다 실천성과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높이 평가됐다. 입장권도 없고 참가비도 없는 친환경 캠페인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러한 변화는 하노이 관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2025년 하노이는 3,3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맞이했으며, 관광수입은 134조 동을 넘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연간 4,800만~4,900만 명의 관광객 유치와 270조~300조 동 규모의 관광수입을 달성하고, 관광산업이 하노이 지역내총생산(GR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하노이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단순한 관광객 수의 증가가 아니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함께 실현하는 친환경·스마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야말로 하노이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청사진이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하노이시는 2025년 5월 18일 제정된 ‘05/CTr-UBND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투자와 관광 활성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문화와 지역공동체,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도 전국 관광지와 관광기업을 대상으로 한 녹색성장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하노이가 국제사회 및 해외 투자자들과 지속가능한 관광을 논의하는 공통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큰 국가 발전의 흐름 속에서 하노이의 친환경 관광은 단순히 관광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2030 국가 녹색성장 전략, COP26에서 선언한 ‘넷제로(Net Zero) 2050’ 목표, 그리고 베트남을 책임 있고 존경받는 관광 목적지로 만들어 가려는 국가적 비전과 맞닿아 있다.
천년의 역사와 젊은 세대의 역동성을 함께 품은 하노이는 이제 새로운 미래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거리마다 놓인 분리수거함 하나하나, 구시가지를 조용히 달리는 전기차 한 대 한 대, 그리고 일요일 아침 호안끼엠 호숫가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을 통해 완성되고 있다./.
기자: 호앙 뚜에 니(Hoàng Tuệ Nhi) - 사진:베트남 픽토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