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꾸온 탄찌, 하노이 음식 문화의 정수
하노이 골목길을 누비던 행상의 보따리에서 국가무형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반꾸온 탄찌(Bánh cuốn Thanh Trì)은 단순한 서민 음식을 넘어 수많은 세월 동안 축적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인정신의 결정체다. 지난 2026년 3월 반꾸온 탄찌 제조 기술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수도 하노이의 전통 음식문화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옛 전통 마을에서 하노이 음식의 상징으로
하노이의 풍성한 음식 문화 속에서 반꾸온 탄찌는 오랜 세월 동안 천년고도 하노이의 문화적 정취를 담은 대표적인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노이시 탄찌현 탄찌면(현 하노이시 빈흥동)에 위치한 탄찌 마을 사당에서 유래한 이 음식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현지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궤를 같이해 왔다.
반꾸온 탄찌는 재료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든 조리 과정에서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한다. 소를 넣는 여타 반꾸온과 달리, 반꾸온 탄찌는 내부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 소박함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곱게 갈아 황금 비율로 묽게 맞춘 멥쌀가루 반죽을 끓는 물 위의 팽팽한 천 위에 얇게 펴 바른다. 장인은 불 조절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신속하고 정교한 손놀림으로 찢어지지 않고 부드러우며 종이처럼 얇는 피를 만들어내야 한다.
반죽이 익으면 피를 한 장씩 조심스럽게 떼어내 살짝 접어 접시에 담아낸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세대를 거쳐 전수된 숙련된 경험과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이러한 소박함이야말로 다른 음식과 차별화되는 반꾸온 탄찌만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
반꾸온 탄찌는 보통 식힌 상태로 계피 향이 나는 베트남식 어묵인 짜꾸에(Chả quế)나 고기 완자인 짜비엔(Chả viên)을 곁들여 먹는다. 여기에 노릇하게 튀겨낸 바삭한 샬롯(행피)을 뿌리고 새콤달콤하게 양념한 느억맘 소스에 찍어 즐긴다. 햅쌀의 구수한 향, 부드러운 피의 식감, 소스의 감칠맛, 그리고 튀긴 샬롯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담백하고도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 이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하노이인들의 추억이자 습관이며 여러 세대에 걸친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반꾸온 탄찌는 주로 어깨지게를 진 행상들에 의해 판매되었다. 이른 아침 하노이 골목길을 울리는 행상들의 외침과 지게 실루엣은 하노이 거리의 상징적인 풍경이었다. 오늘날 반꾸온 탄찌는 현지 주민들의 친숙한 아침 식사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미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접시 하나하나에 문화적 정수가 깃들어 있으며, 세대를 이어온 장인들의 솜씨와 정성을 증명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 보존과 계승을 향한 도약
지난 2026년 3월, ‘반꾸온 탄찌 제조 기술’의 국가무형문화유산 등재 선포식이 공식 개최되었다. 이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진흥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수공예 기술을 기리는 것을 넘어, 민족 문화 생활에서 음식문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선포식에서 호안퐁(Hồ An Phong)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 문화가 갖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문화 발전에 관한 정치국 결의 제80호에서 명시했듯, 문화는 정신적 토대일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동력"이라며, "그중에서도 음식은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분야"라고 밝혔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많은 전통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반꾸온 탄찌의 보존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다.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있는 빈흥(Vĩnh Hưng)동은 이 문화유산을 현대 생활에 접목하는 한편, 지역 관광 및 경제 발전과 연계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정에 따라 각급 지방정부는 유산의 관리, 보호 및 가치 발굴에 책임을 지게 된다. 아울러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관광 및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품 홍보를 결합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방향성으로 제시되었다.
반꾸온 탄찌 제조 기술의 국가무형문화유산 등재는 하노이 시민들의 자부심일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도 전통문화가 지닌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다음 세대가 민족 음식의 정수를 소중히 지키고 발전시켜 향후 세계 무대로 더 멀리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글·사진: 카인 롱(Khánh Long) / 베트남 픽토리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