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수도 속 살아있는 저 종이 박물관

하노이 수도 속 살아있는 저 종이 박물관

 분주한 도시의 삶 속에서 한때  저(dó)나무를 찧는 소리가 울려 퍼지던 하노이 떠이호(Tây Hồ)동 (옛 브어이 동) 옌타이(Yên Thái) 마을이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전통 저(dó)종이 제작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하노이 떠이호동(Tây Hồ, 옛 브어이동)에 위치한 옛 옌타이(Yên Thái) 저(dó)종이 공예 마을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공간.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낭만적인 떠이호수(Tây Hồ) 옆에 자리한 옌타이(Yên Thái)마을은 과거 번성했던 께부어이(Kẻ Bưởi) 지역의 일부였으며, 탕롱(Thăng Long, 하노이의 옛 이름) 저(dó)종이 제작의 "고향"으로 여겨졌다. 저 나무 껍질을 찧는 소리, 종이를 뜨는 틀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한때 수많은 하노이 옛 세대의 삶과 함께하며 익숙한 소리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종이 협동조합들이 해산되면서 옛 기술은 점차 쇠퇴했다. 옌타이 마을의 마지막 장인들도 차례로 노령화되면서 저 나무 찧는 소리는 줄어들고,  저 종이는 도시 생활에서 거의 사라졌다.

2024년, 브어이(Bưởi)동(현 떠이호동) 인민위원회는  찌익싸이(Trích Sài) 거리 189번지에 "저 종이 전통 공예 소개 및 문화 관광 서비스공간"을 공식 개장했다. 이 공간은 사실상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방문객들이 저 종이 제작 과정을 장인들과 함께 배우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저 종이 제작 과정을 그림으로 모형화한 전시공간.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입구부터 눈에 띄는 붉은색 대형 간판에는 베트남 저 종이와 옛 브어이 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는 흰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전시공간은 저 나무의 기원, 껍질 선별, 찧기, 모(Mò) 나무로 접착제 만들기, 종이 뜨기, 압착, 건조 등 전통 저 종이 제작의 모든 과정을 소개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생생한 조각상, 이미지, 실제 유물을 통해 역동적으로 재현되어 관람객들이 한 장의 저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교한 과정을 명확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통 제품 외에도 다박(Đà Bắc, 옛 화빙성), 박닌성  등 지역 에서 천연 재료로 염색한 다채로운 색상의 저 종이 제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저 종이는 서예나 그림을 그리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책, 부채, 장신구 또는 디지털 시대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손 편지를 쓰는 등 현대 생활에도 응용되고 있다.


화가이자 서예가인 응웬쥐득(Nguyễn Duy Đức)은 "브어이(Bưởi)마을에 공예 공간을 재현하는 것은 고대 기술을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노이 사람들의 문화적 기억의 일부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저는 서예에 대한 열정 때문에 이곳에 왔으며, 저 종이는 창작 과정에서 거의 대체 불가능한 재료입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해외 방문객들이 저 종이 제작 과정을 배우고 체험하기 위해 찾아온다. 사진:  자료사진

또한, 전시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저 프로젝트(Zó Project) 사회적 기업 회원들의 안내에 따라 저 나무 찧기, 마(麻) 섬유 갈기, 종이 뜨기 등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마 섬유 다발은 나무 절굿공이로 찧고 끈적한 접착제에 반죽한 다음 틀로 걸러내어 얇고 유연하며 소박한 수공예 느낌의 종이 시트를 만든다.

저 종이 응용 제품 판매 공간.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브어이 동 인민위원회 응웬밍화이(Nguyễn Minh Hoài) 부위원장에 따르면, 전통 공예 마을을 복원하는 것은 문화 보존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관광 발전을 지향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생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산과 연계한 관광 개발 추세 속에서 옌타이 저 종이는 보존과 창조,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결합된 밝은 지점이다.

이 공간은 또한 서예 교실, 창작 캠프, 저 종이 그림 전시회 등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 교육 활동이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젊은이들 속에 문화의 생명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저 종이 박물관" 체험 후 감상평을 남긴다. 사진: 카잉롱(Khánh Long)/베트남픽토리알

전통 문화를 사랑하는 캐나다 유학생 응웬깜리(Nguyễn Cẩm Ly)는 "여기서 서예를 기초부터 고급까지 배웠습니다. 저 종이는 쓰기 쉽지 않지만, 일단 쓸 수 있게 되면 베트남 글자의 영혼을 만지는 기분입니다. 여기서의 매 수업은 민족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듭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의 흐름 속에서 찌익싸이 거리에 위치한 "저 종이 박물관"은 근본을 찾아가고,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섬세함과 여유를 되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정신적인 의지처가 될 것이다./.

글: 응언하(Ngân Hà)-번역: 민투-사진: 카잉롱(Khánh Long) 및 자료사진/베트남픽토리알

(본 기사는 2025년 7월 1일 이전에 작성되었으므로, 언급된 지명 및 인물은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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