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톤느티닌: “국제 무대서 베트남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는 중”
건국 80년(1945~2025)을 지나오며, 전쟁의 불길 속에서 태동한 베트남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지역과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픽토리알은 외교관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과의 대담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의 베트남 위상과 미래를 조망했다.
Q. 건국 80년의 여정을 돌아볼 때, 베트남인으로서 가장 감동적이거나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베트남 민족의 발전사에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수많은 역사적 이정표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신성하고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1945년 9월 2일, 호찌민 주석께서 바딘 광장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시던 장면입니다. 이는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탄생을 알리며, 민족이 ‘독립·자유·자주’라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의미했습니다.
또 하나는 1954년 디엔비엔푸 전승입니다. 이는 식민 지배의 종식을 알리고, 전 세계 민족 해방 운동에 강력한 영감을 준 승리였습니다.
대외 관계에서도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유엔 가입(1977),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1995), 아세안 가입(1995), WTO 가입(2007) 등은 베트남이 세계와 점점 더 깊이 통합되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는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다자화를 지향하는 베트남의 노선을 입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 하노이에서 열린 제7차 프랑코포니 정상회의가 특별한 기억입니다. 당시 저는 사무총장을 맡았는데, 베트남이 세계와 문호를 활짝 여는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 계기였습니다.
Q. 최근 베트남의 외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고 응웬푸쫑 당서기장이 외교 노선을 설명하며 사용한 “베트남 대나무”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부드럽지만 굳세고, 유연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베트남 외교의 본질을 잘 드러냅니다.
베트남의 외교 정책은 독립, 자주, 평화, 협력, 발전을 기초로 하며, 다자화를 지향합니다. 국방에서는 “4가지 불가”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즉, 군사 동맹을 맺지 않고, 특정 국가와 연합해 다른 국가를 겨냥하지 않으며, 외국 군사 기지를 허용하지 않고, 무력 사용이나 무력 위협을 배제한다는 원칙입니다.
특히 2014년부터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것은 베트남의 책임과 평화 기여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성 군의관들이 파병된 장면은 국제 사회에서 베트남 여성의 긍정적 역할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Q. 외교관으로 근무하시던 시절, 베트남이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1990년대는 도전이 많았습니다. 1995년 이전까지 베트남은 국제 사회에서 많은 편견과 의구심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1995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역사적 전환점이었고,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2007년 WTO 가입도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이는 경제·무역·투자에서 실질적 성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베트남의 이미지와 위상을 크게 높였습니다.
톤 느 티 닌 여사는 40년간 외교 및 대외 관계 분야에서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 주재 베트남 대사 겸 유럽연합(EU) 대사를 역임했으며, 재임 기간 동안 여러 문화 외교 활동을 주도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회 대외관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인권 문제 및 고엽제 피해 문제 해결에 참여했으며, 해외 베트남 공동체와의 관계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훈장을 수훈했다. 주요 훈장으로는 베트남 정부의 1급 노동훈장(2008년), 프랑스 정부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1998년, 2013년 사령관(Commandeur) 등급) 그리고 벨기에 정부의 레오폴 2세 (Leopold II)훈장(2003년)이 있습니다.
-현재 호찌민시 평화발전재단(HPDF)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호찌민시와 베트남의 평화, 안정 및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외 파트너 및 공동체의 참여와 기여를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현재 국제 사회에서 베트남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오늘날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역동적이며, 외교적으로 적극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 베트남의 이미지는 더 이상 전쟁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자리매김했으며, 매력적인 투자처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인의 환대, 개방성, 배우려는 태도 역시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Q. 변화무쌍한 세계 정세 속에서, 베트남이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외교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세계는 복잡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외교를 기반으로 하되, 다자적 메커니즘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1995년 아세안 가입은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은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협력의 공간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Q. 국제기구에서의 베트남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베트남은 주요 국제기구에서 책임과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두 차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맡은 것은 국제 사회가 베트남에 보내는 신뢰의 증거입니다.
앞으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나 유네스코 등에서 더 많은 대표를 두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정책적 기여뿐 아니라, 베트남인의 지성과 역량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2045년, 건국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서 어떤 기대를 하십니까?
톤 느 티 닌(Tôn Nữ Thị Ninh): 저는 베트남이 국제 사회의 전망대로 선진국,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 외교에서는 원칙과 노선에서는 확고하되, 실행에서는 부드럽고 유연한 ‘베트남만의 색채’를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외교의 선두에 서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역동적이고 전문적이며, 국제적으로 통합된 인재로서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며, 베트남을 한 단계 더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기자:썬응야( Sơn Nghĩa), 레민(Lê Minh)
사진: 레 민(Lê Minh)/베트남 픽토리알, 인물이 제공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