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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회복에 '총력'

마침내 빗장을 푼 베트남이 경제회복을 위해 다양한 촉진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길고 길었던 지난 4개월간의 봉쇄 이후 베트남 정부는 ‘위드코로나(공존)’와 ‘뉴노멀(새로운 일상)’을 계속해서 강조하면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5일 베트남 정부공보(VGP)에 따르면 팜밍찡 총리는 전날 중앙당집행위원회 4차 전체회의를 통해서 국가가 코로나19에 안전하고 유연하게 적응하고 점진적 경제 재개를 위해 로드맵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사에서 “우리가 팬데믹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경제 활동을 회복하기 위한 로드맵도 필요하다”며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획투자부(MPI)에 ‘새로운 일상으로 회복을 위한 발전 전략과 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각급 수준의 모든 의견이 잘 모아져야 한다”며 “국가운영위원회는 보건부에 모든 수준의 당국, 전문가·과학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잠정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경제 로드맵을 포함해 재정지원책, 세금감면 혜택, 임대료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주 개최된 국가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공공분야에 대한 약 250조동(약 13조원)의 지출방안이 모색됐다. 팜밍찡 총리는 “공공 투자 프로젝트의 생산 실행을 위한 상품 및 투입 자재의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3개월간 정부예산 지출이 편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공보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안 관련 예산 집행금액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올해 계획예산의 47.38%만이 지출돼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소유 부지에 대한 임대료도 추가적으로 감면이 적용된다. 방안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유행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개인에게 국가의 토지 임대료를 올해 말까지 최대 30%까지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혜택이 적용되던 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 특별소득세 등도 유예기간이 함께 연장된다.

호찌민시는 경제 회생을 위한 정부의 기업간담회를 최근 개최했다. 지난 3일 열린 기업간담회는 현 상황을 방증하듯 이례적으로 응웬쑤언푹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호찌민시 현지기업관계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이번 봉쇄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호찌민시 기업 관계자들은 이날 국가의 실질적인 정책과 이니셔티브(기업결정권)가 매우 필요하다며 더 많은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기관에 관한 법률을 개정, 규제와 기준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응웬쑤언푹 국가주석은 “당과 국가는 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금융, 은행, 인력, 무역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하겠다. 호찌민시의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베트남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총리령 16호가 적용돼 봉쇄기간이었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17%를 기록해 2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9월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1.42%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해 3~3.5%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저도 베트남 정부의 계획대로 4분기에 7.06~8.84%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쩐꾸옥프엉 기획투자부 차관은 “통상 4분기는 7% 이상 성장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에 대한 정책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부족한 노동력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당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개월 동안 베트남 최대경제 경제도시인 호찌민시를 전면 봉쇄하면서 베트남 남부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도시에서 최대 2만4000개 기업이 폐업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 증가했다. 실업 분야는 거의 30%의 노동자가 실직 상태다. 이번 봉쇄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신발(62%), 의복·섬유(42.6%), 숙박서비스(37%), 케이터링(3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제컨설팅업체인 IHS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베트남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 40.2를 나타내고 있다. PMI가 통상 50 이하로 떨어질수록 경기 악화의 강도가 세지는 것을 의미한다. 3분기 산업생산지수(II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하락했다.

앤드류하커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는 베트남이 코로나19의 심각한 영향으로 인해 업종 전반에 걸쳐 비즈니스 상황이 더욱 현저하게 악화됐음을 나타낸다”며 “기업 심리는 8월의 15개월 최저치에서 회복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베트남 정부의 점진적인 경제재건 계획이 정상적으로 궤도에 안착할지 여부다. 방역강도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베트남 당국의 재정정책과 금리인하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고 수준의 방역이 이어지면서 생산과 수출이 대거 차질을 빚으면서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도 컸다. 자칫하다가 베트남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외국기업들이 빠져나가면 베트남 경제가 향후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상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 기업 관계자는 “주문취소와 재고수준을 짐작했을 때 생산량이 내년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의 방역정책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며 “결국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재건 프로젝트의 속도는 향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언 아주경제 베트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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