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묘-국자감의 밤’ ― 빛이 모이는 공간

신성한 분위기를 간직한 하노이 문묘-국자감에서는 야간 투어를 통해 전통 유산과 현대 디지털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화유산 체험 방식이 펼쳐지고 있다. 조명 시스템, 매핑 투사와 가상현실 기술 등을 활용하여 밤의 문묘-국자감은 화려하면서도 고즈넉하고, 생동감 있으면서도 관람객들에게 한층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문묘-국자감의 신성한 공간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무 위로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도시 전체가 불빛으로 물드는 시간...바로 그때 문묘-국자감의 유산 공간은 현대 조명 기술과 생생한 음향 효과를 통해 베트남인의 학문 정신과 역사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준다.

정문을 지나면 빛의 정원이 펼쳐진다. 오래된 보리수나무는 천 년 전 베트남인의 학문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 무대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요람에 누워 있을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의 자장가를 통해 민요와 전통 노래를 접하고, 성장한 뒤에는 훈장(訓長)의 집에서 글과 예절, 도리를 배운다. 서낭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큰 나무와 우물, 대나무와 초가지붕으로 된 집의 모습 등이 움직이는 빛의 기술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 가이드인 부이 호앙 퐁(Bùi Hoàng Phong)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곳은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의 첫 번째 공간인 ‘입도(入道)’ 구역으로, 유생들의 학문 여정이 시작되는 장소입니다. 보리수 아래에서는 야간 투어에서만 볼 수 있는 매핑 영상 ‘달콤한 자장가’가 상영됩니다. 화면 속에는 들판 위를 날아가는 황새와 미래의 유생이 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조명 시스템, 미디어 맵핑(Mapping) 기술, 가상현실(VR)을 통해 야간의 문묘-국자감이 화려하면서도 고즈넉한 자태를 자아내고 있다.

정원 한쪽, 규문각(奎文閣)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베트남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모범적인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막 딘 찌(Mạc Đĩnh Chi) 장원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상이 상영된다. 첨단 음향과 조명, 특수 효과를 통해 그의 독학(獨學)의 여정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 운영 담당자인 응우옌 타인 뚱(Nguyễn Thanh Tùng)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의 특별함은 단순히 밤에 유적지를 관람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천 년의 유산 공간 속에서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하는 여정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방문객들은 빛과 음악이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공간 속에서 옛 현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문각 목판 인쇄 체험, 훈장 서당 체험, 붓과 벼루·조(dó) 종이(민화 제작, 서예 쓰기 등에 주로 사용된 베트남의 전통종이)·먹 사용법 배우기, 자신만의 서예 작품 만들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옛 유생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과거 시험을 치르던 옛 유생처럼 시험장에 앉아보거나, 과거 급제 후 말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와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장면을 재현하는 활동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지혜로운 거북이 할아버지’와의 대화, 가상현실 공간 속에서 직접 서예 작품을 만드는 체험 등 첨단 인터랙티브 기술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응우옌 타인 빈(Nguyễn Thanh Bình)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 가이드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가상현실 안경을 쓰고 서예를 체험하는 활동에서는 자유롭게 글씨를 쓰거나 한자 서체를 따라 써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옛날 서당 안에 들어가 붓을 들고 공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상상 속 체험이지만 매우 사실적입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은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에서만 가능합니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공간은 바로 태학(太學) 뜰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문묘-국자감의 태학 건축물은 3D 미디어파사드(mapping) 기술의 배경 무대가 되어 「도학정화(道學精華)」와 「돌에 새겨진 명예의 역사」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특한 건축 양식, 진사(進士) 비석 유산, 유교 교육 정신, 그리고 역사적 위인들의 이야기가 현대적인 음향과 조명 기술을 통해 차례로 재현된다.

서당 수업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훈장으로부터 붓과 벼루, 조 종이, 먹 등의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는 베트남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인 관광객 코롤라인(Coroline) 씨와 호주인 관광객 해리(Harry) 씨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 “조명 연출이 정말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음악과 레이저 효과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노이 곳곳에서 봉황, 용, 거북, 기린 같은 네 가지 신령한 동물, 즉 사령 (四靈)의 상징을 많이 보았는데, 문묘에서 그것들이 등장하며 베트남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정말 멋졌습니다.”

- “빛의 공연은 매우 흥미로웠고, 문화적 특징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영상과 그림들은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또 훌륭한 학자나 관리자가 되기 위해 어떤 학문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전통적인 소리와 이미지가 현대 기술과 결합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매우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3D 미디어 맵핑 기술이 「도학정화(道學精華)」와 「돌에 새겨진 명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묘-국자감 야간 투어를 체험한 관람객들은 천 년 전 소박했던 학습 환경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통 국학(國學)의 정신에 대해서도 폭넓게 접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단지 글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진(眞)·선(善)·미(美)의 가치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삶의 철학까지 함께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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