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므엉름 재래시장, 베트남 서북부 고산지대의 ‘그리움의 땅’

오래전부터 재래시장은 선라(Sơn La)성 찌엥학(Chiềng Hặc) 지역 므엉름(Mường Lựm) 고산지대 주민들의 삶에서 친숙한 일부가 되어 왔다. 이곳은 주민들이 만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며 널리 알리는 공간일 뿐 아니라, 멀고 가까운 곳의 여행객들을 소박하게 불러 모아 한때 망각 속으로 사라진 듯했던 ‘므엉(Mường)’의 땅을 다시 깨우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므엉르엄(Mường Lựm)에서 열리는 장터에 특산 농산물과 다양한 향토음식이 마련돼 있다. 사진: 꽝 꾸옛 - 베트남 통신사

므엉름은 과거 하나의 행정구역 이름이었으며 현재는 선라성 찌엥학에 속한다. 타이(Thái)족 고유어로 ‘잊힌 므엉’, 즉 ‘잊힌 땅’이라는 뜻이다. 마을의 어르신들에 따르면 이곳은 높은 산맥과 겹겹이 이어진 원시림에 둘러싸인 고립된 계곡 지형 때문에 한때 서북부의 깊은 산중에서 ‘잠들어 있던’ 땅으로 불렸다. 그러나 므엉름은 그 이름처럼 더 이상 잠들어 있지 않다. 지방정부의 정책과 결정,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이 지역은 계속해서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찌엥학의 므엉름 고산지대 재래시장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주말이면 안개 낀 산봉우리 너머 찌엥학 곳곳의 마을에서 타이족, 몽(Mông)족, 자오(Dao)족 주민들이 온갖 산물을 등에 지고 어깨에 메고 들고 나와 익숙한 만남의 장소인 므엉름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벼 향기 그윽한 들판 곁, 형형색색의 깃발이 펄럭이는 길에는 고산지대의 정체성이 짙게 밴 좌판들이 자리한다. 모두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돌보고 수확한 뒤, 대대로 전해 온 경험으로 손질하고 가꾼 결실이다. 그래서 각각의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부엌’, 하나의 ‘밭’,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 한 조각이 시장으로 옮겨온 듯한 공간이다.

"이 음식들은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구아바도 제가 키웠고, 바인쯩도 직접 싸서 만들고, 쌀도 직접 도정했습니다. 땅콩은 밭에서 길러 수확한 다음 말려서 볶고, 바나나도 집에서 재배합니다. 생으로 다 못 팔면 말려서 포장합니다. 저녁이 되면 다 팔고 돌아가요. 어떤 날은 일찍 끝나고 어떤 날은 늦지만, 물건이 다 팔려야 집에 갑니다. 아침에는 채소와 풀을 뜯으러 가고, 어떤 사람은 산에 가고 어떤 사람은 계곡으로 가고, 집에 텃밭이 있는 사람은 거기서 따 옵니다. 그러고 나서 오후 3시에 여기 모여서 팝니다."

므엉르엄(Mường Lựm)에서 열린 고산지대 장터 ‘그리운 고향으로(Về miền nhớ thương)’에서 꽹과리와 북소리, 쏘에(Xòe) 춤이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 꽝 꾸옛 - 베트남 통신사

찌엥학면 지방정부가 ‘그리움의 땅으로’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번 장터는 규모가 한층 커지고 사람도 더 많이 모여 더욱 북적이고 활기찼다. 익숙한 시장터는 그대로지만, 이번에는 각 마을의 개성을 담은 수십 개의 부스가 추가로 들어서 채소와 뿌리채소, 과일, 돼지, 닭 등 산간 지역의 다양한 농축산물이 진열됐다. 이 향토 특산품들에는 땅과 계절, 그리고 고산 주민들이 쏟은 노동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찌엥학면 자오(Dạo) 마을의 송 아 러우(Sồng A Lâu) 씨는 신나게 상품을 소개하는 한편, 팔려나가 비어 가는 좌판을 재빨리 다시 채워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했다.

"이런 장터에 한 번 내려오면 가져온 물건이 전부 팔려서 하나도 다시 들고 갈 게 없습니다. 자오 마을에서는 정말 여러 가지를 재배합니다. 집집마다 옥수수, 참외, 콩, 호박, 가지, 차요테 같은 작물이 있습니다. 생산한 것은 팔아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장터가 열리니 정말 기쁩니다. 주민들의 물건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을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맛을 본 뒤 마을 주민들에게 다시 주문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손님이 원하면 차량 편이나 우편 배송으로도 보내드립니다."

므엉르엄(Mường Lựm)에서 열린 장터에 다양한 농산물과 지역 특색을 살린 향토음식이 마련돼 있다.사진: 꽝 꾸옛 - 베트남 통신사

고산지대의 서늘하고 부드러운 아침 공기에는 찹쌀밥, 생선구이, 바인쯩, 전통 훈제 육포의 향도 함께 스며든다. 주민들의 식탁에서 늘 접하던 음식들이 이제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특별한 맛이 되었다. 타인호아(Thanh Hóa)성에서 온 팜 꽝 쭝(Phạm Quang Trung) 씨는 처음으로 고산지대 재래시장을 체험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지역의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들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특산품도 많이 샀고 채소와 과일 등 여러 가지를 샀어요. 집에 가져가 가족과 먹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려고 합니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가게마다 들러 직접 맛보고 체험해 보고 싶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집니다."

므엉름에서 재래시장은 주민들의 전통문화 공간을 재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1948년 옛 옌쩌우현 최초의 당 위원회가 창립된 곳인 역사적인 농루옹(Nóng Luông) 반얀나무 바로 곁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천천히 앉아 대나무 공예품을 엮고, 할머니들은 베틀 앞에서 실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쏟는다. 수많은 밭농사와 벼농사 철을 지나온 이들의 손은 여전히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삐에우(piêu) 스카프, ‘아오 꼼(áo cóm)’이라는 전통의상, 바구니, 죽공예 의자, 어구 등을 만들어 낸다. 찌엥학 루옹 마을에 사는 73세 꽝 반 꾸옛(Quàng Văn Quyết)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배웠습니다. 작은 바구니와 큰 광주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대나무 살이 몇 개 있어야 엮을 수 있는지 같은 것을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배웠지요. 우리 같은 노인 세대가 이 기술을 지키지 않고 자손들에게 전하지 않으면, 훗날 아이들도 조상들의 기술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요즘 자식과 손주들은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느라 이런 일을 할 시간이 적어서 걱정도 많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이 기술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조상과 타이족 공동체의 전통,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림, 그리고 고산 주민들의 삶에 깊이 연결된 것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기술을 지키는 것이 곧 자기 민족의 문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므엉르엄(Mường Lựm) 지역 소수민족 주민들이 장터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꽝 꾸옛 - 베트남 통신사

채소 한 단, 닭 한 마리, 천 한 폭처럼 지극히 익숙한 것에서부터 바인자이 찧기 대회와 뚜루(Tu lu) 팽이치기의 흥겨운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므엉름 고산지대 재래시장에서는 삶의 리듬과 생산 노동, 문화적 정체성의 이야기가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므엉름은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아 교류의 기회를 넓히고 관광 개발을 위한 투자 자원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찌엥학면 인민위원회 까오 쑤언 중(Cao Xuân Dũng)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찌엥학면 당국은 기초 단위 주민들이 가진 강점을 살리는 일을 우선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활동들은 지역의 개발 투자 방침과 방향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이 지역 주민들이 사고방식을 바꾸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주민들이 자신들만의 차별성이 어떤 가치를 지니며 그것이 어떻게 경제적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므엉르엄(Mường Lựm) 지역의 푸르른 논이 평온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사진: 꽝 꾸옛 - 베트남 통신사

므엉름에서는 가게 하나하나, 향토 특산품 하나하나, 음식 하나하나, 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묵묵히 전통 기술과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가는 손길 속에서 가장 소박한 것들로부터 힘차게 일어서고 있는 한 산골 마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잊힌 므엉’의 재래시장은 이제 기억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시 깨어나 머지않아 ‘그리움의 땅’, 고산지대를 사랑하는 여행객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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