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3/2020 10:59 GMT+7 print

한국 기업 특급도우미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온다

아세안 지역으로 우리 금융회사들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정부는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왜 금융협력센터를 설립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금융의 본원적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금융의 영어 단어 ‘Finance’의 어원을 살펴보자. 앞부분의 ‘Fin’은 원래 로마시대의 국경을 의미하는 ‘fini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국경에는 땅끝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Fin’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종료, 완성, 목표’를 뜻하게 되었다. 따라서, 금융이란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뭔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키고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가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은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방향을 선도하는 설계 내지 스케치가 될 것이고, 다양한 협력 노력들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는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역할에 충실하려면, 현장에서 발로 뛰고있는 한국 기업들과 동포들에게 우리의 현지 금융지원 시스템이 든든한 우군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개편노력들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현재의 상황, 도전요인, 앞으로의 개선방향 등에 관해 아래에 제시되는 관련 질문들을 통해 한 가지씩 들여다보면서 대 아세안 금융협력 방향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아세안 진출현황...베트남-인도네시아가 절반

10년 전 한국 금융기관의 전세계 해외점포 수는 2009년말 322개소에서 2019년말 현재 435개소로 늘어나 총 113개소(35.1%)가 늘어났다.

이 중 아세안 지역에서 늘어난 지점만 84개소(64개소 → 151개소)로, 전체 증가분 중 74.3%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전세계 해외 점포 수는 437개소(2018년말) → 435개소(2019년말)로 2개소가 줄어드는 가운데 아세안에서는 오히려 6개소가 늘어나 ‘아세안 쏠림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2009년말 37개소 → 2019년말 54개소), 인도네시아(9 → 23개소), 싱가포르(14 → 21개소)에 많은 지점들이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0 → 22개소)와 캄보디아(3 → 15개소)로의 금융진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아세안 151개소 지점 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77개의 지점이 집중되어 있다.(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센터 2019년말 자료)

왜 한국의 은행들은 아세안으로 몰리는가?

그렇다면 왜 한국의 은행은 아세안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을까?

우선, 미래성장에 대한 기대다. 평균 연령 30세로 젊은 세대가 두터운 인구층을 형성함에 따라 향후 꾸준한 인구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세안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생산 중심 시장에서 내수가 확대되는 소비형 시장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세계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경제성장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내은행 총자산이익률(ROA*)은 0.56%에 불과하지만, 베트남(2.05%), 인니(1.37%), 미얀마(1.76%), 캄보디아(2.01%) 등 아세안 주요국은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기준 순이자마진률(NIM**)도 한국은 2%를 하회하고 있으나 인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아세안 회원국은 3%를 상회하고 있어 상당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 Return on Assets(총자산이익률) = 당기순이익/총자산
** Net Interest Margin = (예대 금리차 수익 + 유가증권 발생수익) / 운용자산 총액

더불어,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현재 한국 금융회사들의 전세계 자산 중 아세안 비중은 13.9%에 불과하지만 수익 비중은 두 배가 넘는 29.2%에 달하여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아세안 진출을 서두르도록 만들고 있다. (2018년말 기준, 금융위)

이외에도 폰뱅킹, 인터넷뱅킹 등에 기반한 핀테크 기술향상이 금융접근성을 향상시켜 서민들의 금융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 연계성(ASEAN Connectivity) 등 아세안 회원국간 경쟁적 인프라 투자확대로 인프라 금융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본의 중요한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대출금리는 왜 낮아지지 않을까?’

여기가 의문이 하나 있다. 한국계 은행이 진출해도 현지 대출금리는 왜 낮아지지 않을까.

한국 은행들은 한국에서 이자율이 낮은 자금을 들여와 현지에서 대출을 할 수 있으니 한국 은행들의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현지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한 수준만큼 체감되는 낮은 금리로 설정되지 않는다. 우선, 아세안 국가들은 부실한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조건으로 외국계 금융회사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할 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초기 리스크와 비용부담을 감수하여야 한다.

또한, 아세안 현지의 높은 금리수준에 맞추어 예금을 수신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코스트가 한국과는 다른 현지의 수준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현지 기업들이 한국과 같은 엄격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아 회계투명성이 낮은 점도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금리 책정시 리스크 프리미엄을 추가로 고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진출하더라도 격전장은 아세안이기 때문에 한국과는 다른 금리책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서 적용되는 정책자금, 아세안 진출기업에 도입하는 방법?

그렇다면 한국계 진출기업들을 위한 저리자금 대출은 어려운 것일까?

앞에서 살펴본 요인들로 인해 개별은행 차원의 경영효율화를 통한 대출금리 인하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보다 체감되는 수준의 저렴한 기업대출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적용되는 정책자금을 아세안 진출기업에 도입하는 방법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진흥기금, 모태펀드 등과 같은 정책자금들은 한국 국내 기업들로 지원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또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국내에 소재한 모기업의 신용을 담보로 해서 해외에 진출한 자회사에 보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하에서 국내에 모기업이 없는 진출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수혜대상을 이러한 범주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관련법령을 개정에 관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논의과정을 통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이전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는 상황과 기업진출을 통해 한-아세안간 적극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해야할 필요성간 비교형량을 통해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선진 자본=기업사냥꾼’ 이란 부정적 인식

아세안에는 어떤 외국인 차별적 금융규제들이 있는 가?

인도네시아의 경우 금융회사 임원들이 체류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OJK)가 시행하는 오픈북 시험을 통과해야 체류비자를 받을 수 있다.(통상 6개월 이상 소요) 또한, 금융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임직원 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직원들을 관리자 수준의 금융전문 인력으로 자체 육성해야만 한다. 이외에도 공무원 급여계좌는 정부소유 은행에만 허용한다던지, 국영기업의 공사수주시 보증서 발급업무를 국영은행에만 허용하는 등의 규제가 있다.

아세안은 왜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이러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세안의 입장에서 서서, 아세안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찾아질 수 있다.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절감하였고 이를 위해 금융시장에 많은 안전장치를 두게 되었다.

또한, 금융위기시 많은 자산과 기업들이 헐값으로 매각되는 사례들을 목격하면서 ‘선진 자본 = 기업사냥꾼’ 이란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금융산업을 위해 아직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세안의 금융규제를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아세안 회원국들이 알면서도 불합리한 금융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금융이 매우 중요하므로 국가가 관여해야 한다는 인식, 자국의 금융경쟁력 수준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있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성이 높다는 판단 등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금융규제 개선을 요청은 할 수 있겠지만 아세안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노력으로 대처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아세안이 추구하는 금융협력 수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동안 아세안은 자체적으로 금융통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과정에서 국가간 금융격차와 강제수단의 부재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뒤늦게 발달한 국가들은 기초적인 금융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했고 금융통합 과정에서 야기되는 불협화음들에 대해 수시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 컨설팅과 기술적 지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지급-결제시스템, 신용평가시스템, 예금자 보호제도 등 다양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에는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이에 대한 성장환경을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가 활발

한편, 현재 아세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프라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연계성 40개 사업,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ASCN) 26개 도시 등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철도, 도로, 항만, 발전소 등 산업발전을 위한 기간시설 확충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이 필수적 요소임을 자각했기 때문에 아세안 회원국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직접투자 등 투자재원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회사들로부터는 어떤 국내법적 개선 요구들이 있는가?

아세안에 진출한 현지 금융법인들이 아세안에서 만들어진 증권 펀드들을 국내에서 직접 공모펀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현재로도 국내에서 사모펀드로 판매하는 것은 법령상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모펀드를 판매하려면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이어야 하고(규모에 의한 제약) 법인 소재지도 OECD 국가이거나 홍콩, 싱가포르(소재지역에 의한 제약)이어야 한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이 세계시장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던 국내 금융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금융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운용규모와 소재지에 따라 개인투자 대상에 있어서 제약을 둔 것이다.

한국의 모회사에서 해외 자회사로 자본금 출연 이외에 대출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 금리가 낮은 한국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면 아세안 현지 자회사 법인들은 현지 대출에 비해 조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해외 대출은 모회사와 자회사간 동반부실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FCC) 설립 배경

금융협력센터는 2018년 12월 14일 신남방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우리 금융회사들의 요청에 의해 추진되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이 아세안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는 쏠림현상과 아세안 현지의 외국인 차별적인 정책들이 우리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역할을 요구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남방특위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력 속에 금융협력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고, 올해 하반기 중 개소를 목표로 관련 행정절차가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센터 설립은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의 합의 하에 공표되었다.

금융협력센터는 무슨 일을 주로 하게 될 것인가?

금융협력센터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크게 3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 기업이 요구하는 애로사항 해소, 둘째, 아세안이 요구하는 금융수요 협력, 셋째, 아세안 인프라시장 참여로 나눌 수 있다.

한국 진출기업의 애로해소는 금융협력센터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건설기업 진출 시 현지 금융장벽을 낮추고 우리 금융회사들이 느끼는 현지 차별적 규제개선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아세안이 요구하는 금융수요는 아세안의 금융통합 진전과 금융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 전문인력 양성, 핀테크 협력, 금융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아세안 인프라개발 시장 참여는 기존 EDCF에 의존하는 소액 다건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대형화되고 있는 아세안 현지 인프라 추세를 반영하여 연합자본을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옵션 모델을 활용한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 자본시장 관련법령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안정성에 중점을 두어 법체계가 마련되어왔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이렇게 동남아와 같은 개도국 금융시장에 대한 진출을 염두에 두고 법제를 정비할 계기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이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므로 기존의 법체계 내에서 금융안정성과 금융진출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보기 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을 기존처럼 국내 기업만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문호를 개방할 것인지 관련 논의들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금융협력센터는 기존 지원체계가 현지에서 야기하는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국내에서 논의가 필요한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신남방정책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가닥이 아니라 줄기’가 변하는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최용호 신남방금융센터 재경관
정리 : 박명기 아세안익스프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