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는 연초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6.5%를 설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 압력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29일 베트남 2분기 GDP 성장률이 7.72%(잠정치)로 발표되면서 경기 회복 및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2분기 성장률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집계된 역대 2분기 성장률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며, 직전 분기인 1분기에 비해서는 2.69%P 상승한 수치이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베트남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7% 내외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상반기 성장률이 2%대로 폭락하였으나 선제적인 방역정책을 펼친 덕에 2021년 상반기에는 5%대 성장률을 회복하였다. 코로나19 봉쇄의 여파로 베트남은 2021년 3분기에 역대 분기별 성장률 중 최저치인 -6.02%를 기록하였으나 방역조치 완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 덕분에 4분기부터 베트남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 베트남 경제의 향방
베트남 국회에서 설정한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는 6.0~6.5%다.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orld Bank) 등에서 예측한 세계 경제성장률이 3~4%대에 형성돼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고 야심찬 수치다. 특히, 2022년 6월 OECD는 우크라이나 분쟁 지속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영향을 받아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OECD는 2022년 세계 GDP 성장률이 2021년 12월의 4.5%에서 2022년 3%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세계은행(WB)은 2022년 6월 7일자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4.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는 당초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베트남 경제는 각종 경기부양책 시행과 산업활동 정상화로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상반기 실적을 업고 베트남은 하반기에도 기저효과 및 제조업 경기 호조에 따라 긍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내수 측면에서는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특히 그간 부진했던 서비스업 중심으로 내수 경기 회복세 지속이 예상된다. 올해 3월 15일부로 국경을 개방한 베트남은 5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되었다. 해외 관광객 유입과 함께 요식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전 베트남 GDP의 약 10%를 차지했던 관광업 등 서비스업종의 회복세가 완만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조치 해제에 따라 산업활동 정상화되고 가공∙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도 지속되면서 제조업 중심 산업 경기 전반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베트남 투자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약 1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위 투자 분야인 가공∙제조업 분야의 투자액은 88억3,521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투자액인 69억7,780만 달러 대비 약 26.6%가 증가하며 호전하였다. 국경 재개방 및 방역정책 지속 완화에 따라 지난 2년간 주춤했던 한국의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 및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가 하반기부터 점차 재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잔재함에 따라 베트남역시 원자재 수급과 물가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교역 측면에서 보면, 러-우 전쟁, 고물가 지속에 따른 선진시장(미·EU) 소비수요 위축 및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가장 큰 리스크이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원부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베트남 주요 수출품(스마트폰, 전자제품, 의류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가 계속될 경우 교역 규모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1월 1일부로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국제협정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입지가 확고한 만큼, 동북아와 아세안을 잇는 핵심 생산허브 역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적인 베트남 경제는 환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수축 국면에서 달러 강세, 동화 약세가 전망된다. 러-우 전쟁, 중국 봉쇄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에 타격을 가하는 이슈들이 터지면서 올해 1월부터 동화 약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베트남은 신흥국 중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원자재(원유 등)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보기 어려운 바 1달러당 22,500~23,500동 사이에서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주요 변수는 중국의 방역조치와 원자재 및 부품 공급망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주로 중간재·자본재를 수입(약 50%), 가공하여 완성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향후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 허브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와 중국의 코로나 방역정책 완화가 필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정 등의 요인이 경기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베트남의 2022년 상반기 경제실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역대 동분기 성장률 중 가장 높은 수치인 7.72%라는 점은 예상외이다.
베트남은 암울한 글로벌 경제전망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국경 개방 및 국제 관광 활동 재개는 베트남 서비스 부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가공 및 제조업 경기의 호조와 더불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의 영향은 하반기에도 베트남 경제 회복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인한 대외적 불확실성 요인은 개방적인 베트남 경제에 큰 잠재 위협요소로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상품, 원자재의 가격 변동이 계속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공급망, 특히 휘발유 가격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생산 비용과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베트남 통계총국의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호조를 보이나 기업의 생산과 경영활동이 여전히 회복 단계에 있어 베트남의 6.5% 성장률 달성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음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