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라(Nón lá)는 베트남인의 삶에 너무나 익숙한 물건이다. 시골 들녘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깃든 기울어진 삿갓의 잔상은 오랫동안 베트남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청년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이 익숙한 삿갓은 고유의 소박한 형태를 유지한 채 더욱 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새로이 들려주고 있다.
논라(Nón lá)는 베트남인의 삶에 너무나 익숙한 물건이다. 시골 들녘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깃든 기울어진 삿갓의 잔상은 오랫동안 베트남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청년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이 익숙한 삿갓은 고유의 소박한 형태를 유지한 채 더욱 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새로이 들려주고 있다.
호찌민시 빙러이(Bình Lợi) 동에 위치한 념치중(Nhân Trí Dũng) 센터에서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수채화와 아크릴 물감 채색 체험 워크숍을 통해 회화를 논라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장식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손으로 전통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배웠고 회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홍 응옥(Hồng Ngọc) 씨는 이 센터에서 2년 이상 다양한 재료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활동에 매진해 왔다.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탁자 위에는 바탕 처리가 안 된 하얀 논라와 함께 팔레트, 붓, 그리고 작은 스케치 도안들이 놓여 있다. 어른, 아이, 외국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선택한 뒤 붓질을 시작할 수 있다. 연꽃을 선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시골 풍경, 매화, 벗꽃을 그리는 이도 있고, 도시 삶의 숨결을 놈라 위에 담아내는 이도 있다.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거치며 이 활동은 호찌민시 관내 문화 행사와 축제에서 소개되는 인기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젝트에 2년 넘게 참여해 온 홍 응옥 씨는 논라가 '화폭'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기 선별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논라의 표면이 비교적 평평하고, 테두리 살이 일정하며, 잎이 매끄럽고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잎의 자연한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물감이 잘 착색되도록 표면에 적절한 밑작업을 진행한다.
장인들은 창의력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고객의 주문 서식에 맞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논라의 곡선 위에 붓을 대는 때다. 종이나 나무와 달리 잎 표면에는 고유한 결과 요철이 존재한다. 붓에 물감이 너무 많으면 쉽게 번지고, 너무 건조하면 붓선이 끊어진다. 그리는 이는 물의 양과 손의 힘, 붓의 방향을 조절하며 결을 따라 그려야 재료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면서 색을 균일하게 입힐 수 있다. 완성 후에는 색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보호 코팅을 추가로 칠하기도 한다.
홍 응옥 씨는 “논라 위에 그릴 때는 손길이 매우 가벼워야 한다. 붓의 습도를 조절하고 나뭇잎의 결 방향을 따라가는 노하우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햇빛과 비를 가리는 단순한 도구에서 논라는 그리는 이가 고향과 조국의 정겨운 풍경을 담아내는 특별한 '화폭'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방식은 논라에 국한되지 않고 뱅풀(Cỏ bàng)이나 대나무, 등나무로 짜여진 모자, 가방, 바구니, 부채 등에도 적용된다. 회화와 결합되었을 때 이 소박한 물건들은 매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소유자의 개성을 담아내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다.
념치중의 젊은 장인들이 만든 제품들은 매우 다채로우며 고유의 아름다움과 깊은 인상을 자아낸다.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호찌민시 빙러이 동 념치중 센터의 수채화 예술 공예품들은 전시회, 워크숍, 학교, 축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선보여지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이처럼 다채로운 제품들 뒤에는 전통 문화를 대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은 논라를 단순한 생활용품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며 여러 세대에 걸쳐 베트남인과 함께해 온 상징물의 재질과 형태, 가치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념치중 센터는 이러한 실천적 체험을 바탕으로 놈라 및 천연 재료 위 채색 활동을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 운영 관리자인 응웬 공 허우(Nguyễn Công Hậu) 씨에 따르면, 학생들은 직접 붓을 잡고 색을 조합하며 놈라를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미적 감각을 키우고 전통 문화에 더욱 직관적이고 생동감 있게 접근할 수 있다.
회화 예술을 통해 띠 캐릭터 형상으로 장식되어 완성된 뱅풀 논라의 모습.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회화 예술을 통해 장식되어 완성된 뱅풀 및 대나무 논라의 모습.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응웬 공 허우 씨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논라로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면서 전통 가치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싹트는 것”이라고 전했다.
논라의 형태 자체는 변하지 않을지라도, 그 위에 그려진 붓선은 전혀 다른 면모를 만들어 낸다. 현대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적절한 스토리텔링 방식만 더해진다면 전통 가치가 오늘날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념치중의 수채화 핸드메이드 공예품들은 매우 정교하여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사진: 응웬 루언/베트남픽토리알
때로는 오래된 가치가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어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단 한 자루의 붓과 몇 가지 색상, 그리고 약간의 창의성만 있다면, 논라와 가방은 오늘날의 삶 속에 계속 존재하기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품게 되는 것이다.
글: 선 응이아(Sơn Nghĩa)
사진: 응웬 루언(Nguyễn Luân)/베트남픽토리알 및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