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격변과 온실가스 배출 제로(Net Zero) 시대의 친환경 전환 압박 속에서, 베트남은 지역 에너지 가치사슬에서 핵심 고리로 발돋움하고 있다. 2026년 4월과 5월,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전략적 연대는 단순한 상업적 계약 체결을 넘어선다. 이는 국가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고, 발전 과정에서 베트남의 자립적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 석유가스그룹(PVN)과 한국전력공사(KEPCO) 간의 MOU 체결식의 모습 (사진: 베트남 통신사)
베트남-한국: ‘팀 코리아’와 원자력 발전 재개 가능성
지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방문은 베트남이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원자력 발전 도입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게 된 역사적 전환점이다.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은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베트남 석유가스그룹(PVN)과 한국전력공사(KEPCO)는 원전 개발 타당성 조사 및 로드맵 수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막대한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PVN, KEPCO, 한국수출입은행(Kexim),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참여하는 4자 금융 동맹이 결성됐다. 또 럼(Tô Lâm) 당 서기장‧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발표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 VOV)
“양국 간 굳건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 불안정성 속에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하였습니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중부 지방 응에안(Nghệ An)성 꾸인럽(Quỳnh Lập)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프로젝트에 적용된 SK그룹의 에너지‧산업 특화 클러스터(SEIC) 모델은 통합적 사고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터미널부터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생태계를 조성하여 에너지 사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 투자자들은 첨단 기술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선제 구축’이라는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일본: AZEC 2.0 비전과 동반 약속
한국이 심층적인 통합 프로젝트를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었다면, 일본은 아시아 제로 에미션 공동체(AZEC) 2.0 이니셔티브를 통해 끈기 있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2026년 5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총리의 베트남 공식 방문은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한층 격상시켰다.
응이선(Nghi Sơn) 정유·석유화학 단지 (사진: VOV)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에서 베트남의 안정과 자립을 지역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의 약속은 매우 실용적이며, 구체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현재의 병목 현상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발표하는 다카이치 총리
다카이치 총리는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급망 다변화와 석탄 발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상 운송 차질 리스크에 대비하여, 일본은 자국의 영향력을 발휘해 베트남 국내 석유 수요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응이선(Nghi Sơn) 정유·석유화학 단지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동시에 양국은 저배출, 에너지 절약, 수소 기술 이전을 촉진하여 베트남의 탄소 배출 감축을 돕는 한편, 일본 기업들로부터 양질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다카이치 총리는 레 민 흥(Lê Minh Hưng) 총리와의 회담에서 아시아 제로 에미션 공동체(AZEC) 이니셔티브, 아시아 에너지·자원 회복력 파트너십(POWERR ASIA) 등 역내 일본의 이니셔티브 틀 안에서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고, 원자력 및 가스 발전 등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교류를 지속적으로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두 달 간의 활발한 외교 행보를 되돌아보면, 베트남과 파트너 국가들이 인프라 개발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첨단 원자력 기술 역량과 일본의 지속 가능한 녹색 전환 금융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베트남은 글로벌 과제를 에너지 안보 확보의 기회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의 자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첨단 기술 가치사슬의 핵심 고리로 도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