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약 4개월가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장 위태로운 환자'로 불린 영국인 조종사가 완치 판정을 받고 11일에 고향으로 향했다.
올해 43세인 이 영국인 조종사는 11일 밤 하노이 공항에서 특별 귀국 항공기에 의사 3명과 함께 탑승해 영국으로 향했다.
베트남 항공사 조종사로 근무하던 그는 약 4개월 전인 3월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호치민시 병원에 입원했다. 91번째 확진 판정을 받아 '91번 환자'로 불린 이 조종사는 한때 양쪽 폐가 90% 손상되면서 위중한 상태에 빠져 폐 이식 수술이 검토되기도 했다. 호치민시 중앙 열대병원에서 65일, 쩌러이 병원에서 집중치료 및 재활 50일, 총 115일간 투병한 그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증상이 가장 심각했던 환자이자 최장기 치료를 받은 환자다. 특히 65일간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 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가장 상태가 위험한 환자'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6월께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빠른 속도로 회복한 91번 환자는 호흡 기능을 회복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스스로 앉고 걷기가 가능해졌다. 빠른 회복세로 안정을 되찾은 그는 11일 23시 비행기를 통해 영국으로 돌아갔다.
퇴원해 영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쩌러이 병원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91번 확진자와 의료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완벽히 치료했다’는 베트남 의료·보건 관계자들의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91번 확진자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를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베트남은 놀랍다. 의료인 여러분과 베트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조종사도 11일 쩌러이(Cho Ray)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베트남 국민과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베트남 국민들의 관대함 그리고 의료진과 간호사들의 헌신 그리고 전문성에 대해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가기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나와 친구가 됐던 많은 이들을 떠나게 돼 슬프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치료를 맡았던 병원의 쩐 탄 린 박사는 언론에 "그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를 쏟았고, 베트남 최고의 장비가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 과정은 매우 긴 장거리 비행 같았지만, 그는 이를 해냈다"면서 "병원 모든 직원이 그가 완치돼 병원에서 퇴원하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4개월간 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최소 15만 달러(약 1억8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목숨이 위태롭기도 했던 이 영국인 조종사가 완치돼 퇴원함에 따라 베트남의 코로나19 사망자는 그대로 0명을 유지하게 됐다. 베트남 보건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372명 중 사망자는 없다. 4월 16일 이후에는 약 석 달 간 지역사회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베트남픽토리알/ 연합뉴스(김남권 특파원)/ 아시아투데이(정리나 하노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