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초과학이 핵심 기술과 국가 자립 역량의 토대로 점차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이 진정한 경쟁 우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 투자 메커니즘, 역동적인 학문 환경, 첨단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강력한 연구 집단을 아우르는 견고한 연구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핵심 기술의 기반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모든 혁신적 기술이 수학, 물리학, 화학, 역학, 생물학, 데이터 과학 등 기초 학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근본적 지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경험 역시 기초과학의 가치를 입증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메콩델타 지역에서 유전학, 식물생리학, 작물육종, 토양학, 수문학 연구가 고품질 쌀 품종인 ST24와 ST25 개발에 기여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 부문의 회복력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높인다고 평가한다.
타이빈시드(Thai Binh Seed) 그룹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해 생산성과 품질이 뛰어난 다양한 작물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사진: 테 주옛(Thế Duyệt) / 베트남 통신사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기초연구 분야에서 고무적인 진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유수 학술지에 게재되는 연구 논문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학, 첨단 소재, 생명공학 분야 연구 그룹들은 점차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첨단 소재, 생명공학 등 핵심 기술의 주도권 역시 결국 기초과학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지식경제가 발전할수록 기초과학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의존하지만 데이터가 진정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지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지식 인프라, 고급 인재,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하노이국립대학 산하 공과대학교 전(前) 이사회 의장이자 첨단 재료 및 구조 연구실장인 응우옌 딘 득 교수는 “기초과학을 성장 동력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베트남이 지식, 혁신, 기술 자립에 기반한 발전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전은 중앙당의 결의 제57NQ/TW호와 2025년 과학기술혁신법에도 반영되어 있다. 두 법령 모두 기초연구 강화, 연구 자율성 확대, 사후 평가 도입, 과학적 위험 수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 및 디지털 전환 발전 중앙지도위원회 상임위원회와의 업무 회의에서,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기초과학은 국가 지성의 토대”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초과학이 핵심 기술 개발, 우수 인재 양성, 전략적 예측, 근거 기반 정책 수립, 장기적 국가 자립의 기반임을 강조했다. 또,▲투자 부족 ▲국가 발전 전략과 연계되지 않은 분절적 연구 ▲행정 사고에 갇힌 관리 메커니즘 ▲우수 연구센터·현대적 실험실·데이터 인프라·차세대 과학 인재 부족 등 오랜 병목 현상을 지적하며, 이러한 과제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단계를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
기초과학이 진정한 핵심 기술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과학 연구의 거버넌스와 조직 방식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연구는 본질적으로 실험, 적응, 불확실성을 수반하지만 많은 기관의 관리 관행은 여전히 사전 승인과 행정적 준수에 치중되어 있다. 호앙 반 끄엉 전 국립경제대학교 부총장은 “현행 규정 다수가 초기 연구계획 준수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가 실제 과학적 발견에 따라 방법이나 재료를 조정해야 할 때 추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해 창의성과 과학적 도전 의지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타이빈시드(Thai Binh Seed) 그룹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해 생산성과 품질이 뛰어난 다양한 작물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사진: 테 주옛(Thế Duyệt) / 베트남 통신사
이러한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당시 베트남농업대학교 과학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질병을 연구해야 했을 때 특히 두드러졌다. 많은 실험이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연구비는 계속 소요됐다.
관리 체계 개혁과 더불어, 장기적 투자는 강력한 과학 학파 육성에 필수적이다. 많은 기초연구 및 핵심기술 프로그램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공 연구비는 여전히 연 단위 예산에 묶여 있다. 응우옌 딘 득 교수는 “기초연구는 단기 투자나 임기별 계획으로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며, “연구팀이 야심찬 과학적 도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부가 발행한 결정 제2555/QD-BKHCN호에 따라, 2026~2035년 자연과학 분야 우수 기초연구 발전 프로그램(PEBR)은 개별 과제 지원에서 장기 연구 그룹 지원으로 전환된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 자율성을 확대하고 과학적 위험을 수용하며, 연구 성과의 질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프엉 호 하이 베트남 수학연구소 전 소장은 “기초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고 역량을 정확히 평가하며, 혁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적 학문 환경, 안정적 자원, 효과적인 인재 육성 정책이 강력한 연구 그룹과 영향력 있는 과학 학파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베트남 내 일부 연구기관은 이미 이러한 접근을 도입하고 있다.
호찌민시 국립대학교는 2025~2030년 기초과학 발전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강력한 연구 그룹, 우수 연구센터, 현대적 연구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과학기술발전기금(NAFOSTED)은 우수 신진 연구자 육성을 위한 베트남 연구 우수성 펠로우십 프로그램(VREF) 출범을 준비 중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과학기술의 전략적 인프라의 일부가 되었다. 이에 베트남은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연구 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데이터 공유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측면에서 응우옌 티 뚜옛 늉 KCI 신용정보주식회사 대표이사는 “베트남에는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고품질 기초 데이터셋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데이터는 분산되어 있고 공공·민간 부문 간 상호운용성도 제한적이다. 그는 “법적 프레임워크 개선과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연결·공유 메커니즘을 구축해 연구와 혁신에 필요한 지식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적 실험실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과학 분야에 대한 선택적 투자와 더불어, 정부 기관, 대학, 연구소,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과학 연구가 국가의 주요 발전 과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응우옌 프엉 뚜언 국회 과학기술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기초과학은 과학기술 부문의 책임을 넘어, 장기적 국가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점점 더 새로운 지식 창출 역량에 달려 있다. 제도 개혁, 지속적 투자, 깊이 있고 회복력 있는 연구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기초과학은 핵심 기술, 혁신, 국가 자립을 견인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