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인구 창'이 향후 10~20년 내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부유해지기 전에 늙는다'는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노동력 과잉에도 고급인재 부족
베트남은 오랜 기간 동안 약 70%에 달하는 생산가능인구(대부분 40세 미만)를 ‘황금 인구’로 내세우며 자연적 이점으로 강조해왔다. 이들은 과학, 기술, 디지털 경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인구 구조가 유리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경제적 이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력이 기술, 건강, 새로운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을 때만 그 의미가 있다. 인구학적 이점은 영원하지 않으며, 대규모 노동력이 반드시 높은 생산성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특히 다수의 노동자가 여전히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노동력은 과잉이지만 고급 인재는 부족하다”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산업단지에서는 35세가 넘은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 강도의 압박으로 인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직업 기술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박닌성, 호찌민시, 동나이시 등 일부 산업 지역에서는 중년 노동자들이 수작업 생산라인에서 자동화 기계 조작이나 기술 관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전자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구조의 압박이 이미 노동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자 응우옌찌히에우는 인구 고령화가 전 세계적인 불가피한 추세이지만, 베트남의 경우 경제적 자원이 아직 제한된 상황에서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연금, 건강보험,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질 것이다. 그는 베트남이 인구 전환기에 대한 준비가 다소 늦어 인프라와 노인 지원 서비스 모두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호찌민시에는 현재 60세 이상 인구가 130만 명이 넘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2.5%에 해당한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구조 변화는 의료, 주거, 교통,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요 병원에서는 다중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호앙뚜언 창의적 건강·인구 이니셔티브 센터(CCIHP) 소장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는 약 1,610만 명(전체 인구의 16%)의 노인이 있다. 60세 이상 노인은 평균적으로 3~4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80세 이상은 6개 이상의 질환을 동시에 겪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노인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전국에 중앙급 노인 전문 병원은 단 한 곳뿐이며, 많은 지역에는 노인 전문 진료과조차 없다. 노인 전문의 비율은 10만 명당 약 0.8명으로, 국제 권고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전통적인 대가족 모델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로 인해 농촌에서는 노인만 남거나 노인 부부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홍강 삼각주나 메콩 삼각주 등 농촌 지역에서는 ‘노인 마을’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낮 시간에는 대부분의 젊은이가 외지에서 일하고, 마을에는 노인과 어린이만 남는다. 이는 노인들의 의료, 정서적 지원, 공동체 생활에 큰 공백을 초래한다.
발전 자원의 활용
그러나 인구 고령화가 반드시 부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전략이 있다면 ‘실버 경제’라는 새로운 시장과 경제 모델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 베트남 지부장 쩐빅투이는 오늘날 베트남의 노인들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고 말한다. 이들은 더 오래 살고, 건강하며, 소비에 적극적이고, 사회활동에도 계속 참여하고자 한다.
노인을 위한 의료, 재활, 주거, 휴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실버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초기 모델들이 등장했다.
하노이에서는 여러 기업이 간호사, 물리치료사, 온라인 상담 의사로 구성된 팀을 통해 노인 방문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인들은 장기간 병원에 머무르지 않고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집에서 혈압, 당뇨, 재활 상태를 관리받을 수 있다. 흥옌성, 동나이시, 붕따우(호찌민시) 등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무장애 설계, 비상 알람 시스템, 커뮤니티 활동 공간, 의료 서비스가 결합된 ‘시니어 리빙’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베트남 스타트업들이 심박수 모니터링, 낙상 경보, 의사와 가족을 연결하는 앱 등 노인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노인 건강 모니터링 제품에 대한 수요도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많은 노인들이 더 유연한 형태로 노동시장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다낭시의 레티투마이(63)는 교육계에서 은퇴한 후 관광 인력 양성센터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고객관리 강의를 하고 있다. 매주 여러 수업을 진행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을 지원한다. 마이는 “요즘 젊은이들은 기술에는 빠르지만 실질적인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노인의 경험도 적절히 활용하면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응우옌찌히에우는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오늘날 많은 일자리가 육체노동이 아닌 지식과 경험에 더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적절한 기술 교육만 제공된다면 노인들도 충분히 사회·경제 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껀터시에서는 여러 동에서 노인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강좌가 개설됐다. 지역 문화회관의 소규모 교실에서 노인 남녀가 자녀·손주와 영상통화하는 법, 온라인 진료 예약, 은행 앱으로 공과금 납부하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
응우옌탄빈 베트남노인협회 회장은 '부유해지기 전에 늙는' 상황을 피하려면 황금 인구기의 남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우선 과제는 직업교육, 디지털 역량, 노동생산성에 대한 강력한 투자로 인적자원 질을 높이는 것이다. 향후 10~15년 내에 고숙련·고적응력 노동력을 구축하지 못하면, 젊은 노동력 규모가 줄어들 때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의료 시스템도 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내 장기 건강관리 및 만성질환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상급 병원의 과부하를 줄이고, 고령 인구 증가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빈 회장은 인구 고령화가 압박만이 아니라 ‘실버 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을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 아니라, 주요 소비자이자 경험 자본의 원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빈 회장은 이어 기술과 보험, 의료, 부동산, 관광 등 다양한 분야가 이 트렌드에 미리 대비한다면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노인을 위한 보다 유연한 고용 메커니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일자리가 육체노동보다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는 만큼, 은퇴 후에도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이들이 많다며 “노인들이 완전히 의존적인 집단이 아니라, 계속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