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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세대와 ‘베트남의 빛나는 자주정신’

탈오리엔탈리즘의 안광(眼光)으로

4월 초에『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특설(特設)- ‘사이공 최후의 새벽’ 안병찬 특파원과 동행하는 호찌민 통일현장 취재학습단』이라는 제목의 실습교육을 주관했다. 교육의 기획자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장 윤석민 교수(언론정보학과)였다.

교육 목표는 단 하나. 최신세대에게 보여 주고 가르치고자 한 바는 ‘베트남의 빛나는 자주정신’이다. 그래서 2011년부터 3년간 내가 관여한 바 있는 베한타임스의 김종각 발행인과 힘을 모아 매우 공을 많이 들여서 과정을 편성한 터이다.

밝히고 싶은 것은 이번 교육이 최신세대에게 높은 교육효과를 올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다른 특별한 교육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부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통일열차의 꿈을 꾸어오고 있다. 오늘도 내 머리 속에서는 한국 비무장지대 장단(長湍) 역 터에 있는, 북으로 달리려다 멈춰버린 녹슨 증기기관차와 베트남의 통일급행열차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마다 4·30 남부해방기념일(사실상의 통일기념일)에 맞추어 베트남을 방문할 때 마다, 그 땅과 그 미족은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만든다.

금년에 베트남은 그 불굴의 자주정신과 자주독립역량으로 통일을 달성한 이래 42주년을 맞았고, 한반도(조선반도)는 외세의 힘으로 광복한 후 72주년을 맞았다.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은 나로 하여금 아시아 사람으로서의 독립적 관점을 확고히 다지도록 만든 존재이다.

베트남의 ‘아시아적 가치’

베트남이야 말로 아시아의 안광(眼光)으로 빛을 내는 나라라는 생각이다. 베트남은 세상을 직시하며 불퇴전의 결의와 불굴의 자주정신으로, 온전히 자기 홀몸의 의지와 역량으로 3대 초강대국 침략세력을 연거푸 몰아내고 해방과 독립과 통일을 쟁취한 존재이다.

7년 전 2012년 9월 19일에 한국기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한국-베트남 기자 콘퍼런스’에서 특강을 한 일이 있다. 베트남 측은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베트남기자협회장이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 편집국장인 뚜언 후가 단장이고 박사학위를 가진 언론인등 12명이었다. 한국 측 참가자는 「한겨레신문」권태선 편집인, 「한국일보」이계성 논설위원, 연합뉴스 김선한 국장, KBS 정필모 해설위원 등이었다.

그날 특강에서 나는 분단시기인 1971년 주월특파원 시절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37년 동안 기록해온 사진자료 130장을 파워포인트에 담아서 보여주며 실황을 설명해나갔다. 특별히 강조한 것은 바로 ‘아시아적 가치’였는데,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아시아적 가치’가 뭐냐고 질문했다. 아시아 사람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라고 답했다. 그것은 아시아의 안광(眼光)으로 세상을 직시해야한다는 뜻이 된다. 아시아적 가치란 ‘탈오리엔탈리즘’의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 베트남에서 배운다

베트남 자주정신은 5· 7 항불전승과 4· 30 항미전승의 정신을 근간으로 삼는다. 우리가 베트남에서 배울 점은 5· 7 항불전승과 4·30 항미전승이 보여준 불퇴전의 자주성이다.

우리는 베트남의 통일운동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한국과 베트남의 분단과 통일의 조건은 다른 점도 있고 동일한 점도 있다. 베트남은 자존자대한 중국 대륙에 1000년 간 맞서며 독립을 지켜냈고, 유럽 강대국 프랑스와는 100년의 저항투쟁 끝에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더구나 세계 초강국가인 미국을 상대해서 20년 전쟁을 벌여 끝내 승리했다. 그 강인한 저력으로 베트남은 스스로 해방과 통일을 완성했다.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자주정신의 화신이다. 지금 베트남은 못할 일이 없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근육을 과시하는 초강대국 미국과 종속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눈높이로 현실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베트남의 자존을 보지 못하고 오직 경제적인 잣대 하나로 베트남을 평가하려든다. 최근 베트남 달랏대학에서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유태현 전 베트남 대사는 「베한타임즈」에 이런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우리가 베트남에 우월감을 가질 근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는 베트남 국민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여 국가와 개인의 최고 가치인 독립과 자유를 국가 이념으로 설정한 품위 있는 국민이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미국주의와 서구주의

이에 즈음하여 나는 한국 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린 두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한국 정치· 사회· 문화의 주류세력이 선도하는 ‘미국주의’와 ‘서구주의’의 문제이다. 이 주류세력을 구성하는 것은 권력자와 기득권세력과 지식인 집단이다. 이들은 어지간히 많은 수는 미국주의와 서구주의를 동화(同化)하여 마치 “우리 것이 아니고 서양 것이 최고다”라고 믿는 모습이다.

그들은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있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문명을 주변화하는 서양 중심관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위압하고 지배하고 재구성하는 서양문명의 관점이고 책략이다.

두 번째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우리는 아시아인이면서 동양인이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중국문화와 동양문화를 혼동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문화권을 동화한 것이 아니라 범 동양문화권에 귀속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한다. 베트남 역시 우리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범동양문화권에 소속한 국가이다.

베트남 자주정신을 직시하며 ‘아시아의 안광(眼光)’을 우리의 사회문화적 테제로 설정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언론인 안병찬(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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